손학규 "스스로 되돌아보고 역량 키우는 계기 삼아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야권 참패'로 대표급 인사도 속속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본인의 생일이자 선거 당일이었던 15일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16일에는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사퇴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상임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결과를 들고 여러분 앞에 서게 돼 송구스럽기 그지없다"며 "민심을 헤아리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20명의 의원이 모여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민생당은 4·15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민생당 후보는 79명, 이중엔 정동영·박지원·유성엽·장병완·박주선·김동철·천정배 의원 등 호남 지역 거물도 대거 나섰지만 모두 참패했다.
민생당은 옛 국민의당 후신으로 20대 총선에선 호남과 정당 지지도를 기반으로 총 38석을 가져가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내홍이 번졌고,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으로 갈라졌다가 총선을 앞두고 이합집산했다. 손 위원장은 지지기반 호남을 중심으로 후보자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돌아선 표심을 잡지 못했다.
손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경제·코로나19 위기에 정치가 분열과 대립으로만 가지 말고 힘을 합쳐 대응하라고 집권당(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국민이 경제·안보·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에게 실정을 끝내고 잘하라고 격려해 준 것"이라고 자체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서 정당 간 협의와 협상, 타협으로 합의를 이뤄 국정을 이끌고 가야 한다"며 "다당제 연합정치가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가야할 권력구조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7공화국"이라고 훈수했다.
이어 "이번 선거로 제3지대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 더이상 정치를 거대 양당의 싸움판으로 내버려둘 게 아니라 정당 간 협의와 타협을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도록 제도 개혁에 앞장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3정당이 타협과 중재에 나서야 한다"며 "이제 새롭게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손 위원장은 "저는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서도 당을 향해 "다당제의 불씨마저 사그라들어선 안 된다. 우리가 포기하면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중도개혁의 봄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제3지대를 지켜야 한다"며 "봄의 꽃망울을 다시 틔울 수 있도록 잠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