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지하철에서 목격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인이 그 청년의 존재를 인식한 건 갑자기 들려온 전화 통화 목소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 면접관이 그걸 물어보더라고. 아무래도 경력이 있으니까 그런 건 쉽게 대답했지.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더라고” 다소 으스대는 투로 늘어놓기 시작한 면접 무용담.
그러고 보니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은 본인이 면접에서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했는지 자랑하고 싶다는 듯 지하철 안을 누비며 큰 소리로 통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덕분에 지인 역시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남의 면접사를 미주알고주알 듣게 된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어르신이 “거, 조용히 좀 하지”라며 청년을 불러 세웠다고 한다. 청년은 “저요?”라고 되물었다.
어르신은 “여기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닌데, 목소리 좀 낮추지”라고 타일렀다. 하지만 그는 대꾸도 않고 통화의 상대방에게 “몰라. 내 목소리가 컸나봐. 그럴 거면 택시를 타든가”라고 비꼬고는 계속 통화를 이어갔고, 광경을 지켜 본 다른 어르신이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며 혀를 차더라는 것이다.
지인은 그런 인간들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싸잡아 욕을 먹는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청년의 행동은 ‘젊음’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그리도 뛰어난 활약을 한 그가 왜 ‘공공장소에서 낮은 목소리로 통화해야한다’는 기본은 알 지 못했을까.
아마 지하철 안의 모두가 그에게 이 말을 되돌려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통화할 거면) 택시를 타든가”
권나연 스마트 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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