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코로나19의 전화위복(轉禍爲福)
[기고 칼럼] 코로나19의 전화위복(轉禍爲福)
  • 신아일보
  • 승인 2020.04.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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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태 경북 안동시 풍천면장
 

지금 전 세계 212개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폭풍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으로 방역의 맥을 짚고 있는 전문가들이 명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WSJ은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영국의 제니해리스 보건차관과 미국의 앤서니파우치 국립감염병연구소장 등 세계의 우수한 방역전문가들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대한민국의 대응체계・방법・과정에 대해 상세한 보도와 함께 코로나19 극복의 롤 모델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노르망디작전의 아이젠하워나 한산대첩의 이순신이 그저 운이 좋아서 대승을 거두고 영웅이 된 것이 결코 아니듯, 지금의 코로나 방역도 유비무환으로 사전에 본질을 파악해 선제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노사정이 협력해 일사분란하게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그 만큼 전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손자병법처럼 코로나의 속성을 명확하게 알아내고, 신속하게 차단시키는 드라이브스루 전략과 정확하게 진단하는 키트개발 전술을 구사해, 일거에 수십 만 건을 확인해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제갈공명, 에디슨, 장영실, 허준 등 역사를 움직인 위인들 대부분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세계적인 전문가들은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수많은 경험과 각고의 노력으로 과거를 탐구하고, 현재를 극복하며,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로마제국이나 진나라, 신라 등 대망의 통일국가들도 이러한 전문가들의 정통한 리더십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런 만큼 생명・우주공학과 인공지능 시대의 복잡한 21C에는 국가적 차원의 전문가 양성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국가와 사회의 전문화를 이끌어갈 공공부문의 전문가는 더욱 중요하다. 그 동안의 산업발전이나 이번 코로나 방역에서와 같이 전문가들의 역할은 국망성쇠를 가름한다. 이러한 전문성 제고를 위해 19C에 정치・행정 이원화가 됐고, 논공행상의 엽관제공무원도 직업제공무원으로 행정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발전시켜 왔다. 경제적으로도 자유주의에서 수정주의로 사회공공성을 지켜왔으나, 20C 후반에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하면서 공공성과 전문성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강대국들이 주도한 자유무역(WTO)은 국가 간의 무역관세(GATT)를 없애고, 국제적 자본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약육강식의 인수합병과 정리해고 등 실업대란이 휘몰아쳤다. 세계 금융시장 개방으로 주식투기를 하고, 한발 더 나아가 공공부문을 민영화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무시한 채 오로지 자본주들의 이윤을 챙기고자 직업공무원제의 파괴도 감행했다. 이른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공기업은 독점사업으로 가만히 앉아있어도 이윤이 넘쳐나기 때문에, 자본의 탐욕스러운 투기대상이 됐던 것이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세계자유무역과 공기업민영화의 대의명분은 한마디로 ‘효율성’이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한다는 ‘효율성’은 ‘빛 좋은 개살구’로 자본의 속성에 속았을 뿐, 그 이면에는 초국적 투기자본의 경제침탈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착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국가부도)으로 대한민국 중산층이던 2000만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으로 추락하고, 나머지 정규직도 사오정으로 중산층 회복은 희망일 뿐, 세계경제 침체로 저성장과 저임금시대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제 21C에 접어들면서 지난날 반사회적 과오를 통찰하고, 전 세계의 인류공영 차원에서 새로운 공공성 회복과 인간존중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해나갈 때이다. 사회갈등과 양극화만 초래한 황금만능주의 탐욕이 불러온 코로나19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무너진 사회공공성과 전문성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 지금 코로나19 방역의 선봉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의료체계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지양하고, 직업공무원제의 안정과 전문성(전문가)을 최고수준으로 향상시켜나가야 한다.

/김휘태 경북 안동시 풍천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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