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막무가내 재난지원금 공약, '조삼모사' 혈세 돌리기
[기자수첩] 막무가내 재난지원금 공약, '조삼모사' 혈세 돌리기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4.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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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한 현금성 지원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기름을 끼얹은 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다. 

황 대표는 지난 5일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 힘을 싣는 모양새다.

미래통합당이 선수를 치고 나가자 민주당도 기다렸다는듯이 노선을 변경했다. 

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소득에 따라 차등 없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갈 수 있도록 1가구(4인 기준)당 10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생당과 정의당 등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돈뿌리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앞서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기준 하위 70%로 제한하고, 구체적인 선별 기준을 이른 시일 내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냐'는 식의 불만이 쏟아지자 여론을 의식해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당이 제안한 대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결국 세금 돌려막기에 지나지 않는다.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씩 소득 하위 70%에 지원키로 했던 기존의 긴급재난지원금 규모대로라면 약 9조1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 국민으로 지급 대상을 늘리면 4조원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총 13조원가량의 예산이 드는 셈이다.

통합당이 제안한 공약대로라면 필요한 예산은 더 늘어난다. 1인당 50만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25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통합당은 한술 더 떠 100조원을 코로나19 대응에 쓰겠다고 했지만, 올해 정부 예산 규모가 512조2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제안이다. 

지출이 이미 확정된 260조원 가량의 재원을 제외하면, 가용예산이 250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초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이 선별적 지급에 집중된 것은 '재난기본소득' 개념의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개념 자체를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타격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재난'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인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런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부양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재고해봐야 한다.

정부 예산은 '공(空)돈'이 아닌 결국 혈세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