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달라진 주거트렌드 '시대를 담다'
[기고 칼럼] 달라진 주거트렌드 '시대를 담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4.0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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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우 피알메이저 팀장
 

아파트·오피스텔을 비롯한 주거시설은 우리 국민에게 있어 단순한 삶의 공간 이상을 의미한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순자본스톡 가운데 건설자산과 토지자산 등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88.11%에 달한다. 우리 국민들에게 집은 곧 자산의 전부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좋은 입지와 브랜드 등을 갖춘 아파트 청약이 소위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똘똘한 한 채'는 실거주 여건이 훌륭한 '살기 좋은 집'이 아닌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돼 주거공간이 삶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보다 자산 그 자체로 인식되면서, 사회적 선호는 아파트로 집중됐다. 개성을 잃은 '성냥갑' 아파트로 대변되는 '판상형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칭호는 뛰어난 환금성·건설 효율성 등은 물론 소비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평면 등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물론 수요자들의 선호에 따른 공급 쏠림 현상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삶의 공간이 큰 틀에서의 변화나 발전 없이 고착화됐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세상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데 반해, 천편일률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각종 컨시어지와 다채로운 커뮤니티 시설 등을 비롯한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반갑기만 하다. 획기적인 평면 등 직접적인 공간 형태의 변화는 아니더라도, 삶의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이 같은 변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달라진 공간 이해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부동산 디벨로퍼사인 피데스개발은 2020·2021년 주거 공간 트렌드의 화두로 기존 공간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슈퍼 하이퍼 현상'을 언급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공간의 용도나 기능·분류가 무의미해지는 등 기존 공간의 패러다임에 완전한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피데스개발은 방이 스튜디오가 되고 쇼룸·공방·피트니스 센터가 되는 '올인룸(All in Room)' 등 7가지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발표했다.

실제 이 같은 트렌드는 고급 주거시설을 필두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분양한 한 단지는 룸클리닝과 세탁대행·발레파킹 등 기존에 호텔 혹은 리조트에서나 볼 수 있던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도입했고, 프라이빗 풀과 피트니스·클럽하우스·프라이빗 가든 등도 조성키로 했다. 

최근에는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 등에도 이 같은 트렌드가 적용되고 있다. 분양을 앞둔 한 단지는 입주민 개인별 요구에 따른 맞춤형 레슨이나 과외교사 등을 찾아 연결해주는 '퍼스널 레슨 서비스'를 비롯해 '가족 기념일 예약 서비스', '여행&예약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이 같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글로벌 컨시어지 회사를 비롯해 컨시어지 전문업체와 손을 잡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한 건설사는 영국 왕실 등 상류층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와 단지 내 컨시어지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고, 국내의 컨시어지·커뮤니티 시설 운영 전문 업체를 통한 새로운 컨시어지 서비스 제공 소식도 속속 들려오고 있다. 

스위스의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은 저서 '행복의 건축'에서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고 썼다. 우리 삶에 다가온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성우 피알메이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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