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크, 코로나19·수익성 악화 속 증권업계 '새 활로'
인터넷뱅크, 코로나19·수익성 악화 속 증권업계 '새 활로'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4.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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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한투증권, 카카오뱅크 통해 신규 고객 '폭증'
미래 주력 고객인 '2030 세대' 젊은 층 유치에 최적
카카오뱅크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 화면. (자료=카카오뱅크 화면 캡처)
카카오뱅크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 화면. (자료=카카오뱅크 화면 캡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이에 따른 경기 악화로 증권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인터넷 전문은행이 증권사들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신규 고객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신규 고객 중에는 20~30대 젊은 층이 많아 미래 주력 고객을 유치하는 차원에서도 인터넷뱅크가 최적화된 영업 채널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월24일부터 '카카오뱅크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서비스 시행 첫 달 NH투자증권의 비대면 신규 계좌개설 건수는 12만건으로 1월 2만4000건 대비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3월 계좌개설 건수는 30만7000건으로 2월보다 155.8% 더 늘었다.

NH투자증권보다 앞서 지난해 3월부터 카카오뱅크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진행한 한국투자증권은 서비스 시작 11개월 만에 카카오뱅크 신규 계좌 120만좌 돌파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금융 환경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화하고,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은 20~30대 접근성이 좋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이런 시도는 실제 고객을 크게 늘리는 성과로 이어져 증권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요즘은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플랫폼이 중요한 시기가 됐다"며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과 협업하면 플랫폼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의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에, 증권사로서는 새로운 영업 활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위탁거래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제공하고, 매월 일정금액의 발행어음을 매수해주는 '특판 적립형 발행어음' 가입 혜택을 제공했다"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를 통한 고객 유치 효과가 입증되면서 내년 하반기 본인가를 앞둔 토스뱅크와의 시너지 창출을 추진하는 증권사도 있다. 

지난해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2대 주주로 참여한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업과 토스뱅크 간 협업을 계획 중이다. 다만 아직 토스뱅크가 영업을 개시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인 전략이나 방향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애초 증권회사를 이용하는 고객의 연령대가 40대 이상으로 높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는 보다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젊은 고객들의 재테크를 지원하게 되면, 이들이 자산형성기인 40대가 됐을 때 회사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메인화면. (자료=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메인화면. (자료=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처)

한편,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 악화는 증권사들의 새로운 판로 개척 욕구를 더 키우고 있다. 기업 신용 위험이 대두되면서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국내외 경기 악화로 증권업계 자산 손실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급락 시 파생결합상품의 운용과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하는데, 예전보다 증권사들의 자본 규모가 커지며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잔고와 PI 자산도 증가하고 있어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투자은행(IB) 부문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적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한 개인고객 유치는 증권사 영업과 수익성 개선에 그나마 숨통을 트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대부분 고객들이 한 번 개설한 금융 계좌를 10~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를 보인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주식 계좌를 개설해 놓게 되면, 앞으로 고객이 주식거래를 할 때나 투자 상품을 살 때에도 계좌가 있는 회사의 상품을 찾아볼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적인 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핀테크 기업을 활용해 편리하고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양 업계가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