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음란물에 제 얼굴을 불법 딥페이크(deepfake)한 동영상을 딸에게 보낼까봐 걱정이네요. 불특정 다수의 휴대전화 이용자가 저 같은 일을 당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통화한 지인인 A씨의 한 숨은 깊었다. A씨는 앞서 얼마 전 스마트폰 무료 통화·메신저를 통해 걸려온 데이터 영상통화를 받은 이후 가슴 졸이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밝혔다.
딥페이크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라는 단어의 혼성어로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딥페이크는 유명 연예인 사이에서도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 기술로 이용되고 있다.
“제게 데이터 영상통화를 신청한 상대방은 제 휴대전화에 등록이 안 된 사람이라 처음엔 의심을 했어요. 그런데, 상대방은 제게 얼굴을 보면 알 거라며 영상통화를 요청했고, 결국 통화버튼을 밀었습니다.”
A씨는 말을 이어갔다. A씨는 “상대방 얼굴을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쳐다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계속 누구냐고 물었고, 대꾸가 없어 끊으려고 했는데, 먼저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제 기억엔 불과 십여 초 정도 통화가 이어졌고,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상대방은 이후 성인 음란 동영상에 본인의 얼굴을 합성한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보내면서 현금을 요구해 왔다. 또, A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의 전화에 해당 영상을 유포했다. 실제 A씨는 동영상을 받은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는 걱정스런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고등학생, 대학생 딸 두 명이 있는데, 제 딸들에게 이런 동영상이 흘러 들어가면 오해의 소지는 분명히 생길 것”이라며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이러한 내용을 신고접수 했다”고 밝혔다.
A씨는 특정 휴대전화 제조사 브랜드를 이용해온 터라, 본인 휴대전화가 해킹을 당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했다.
A씨의 얘기를 듣고, 해당 휴대전화 제조사에 문의했지만 “휴대전화 번호가 직접적으로 유출되는 사례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기관에선 피싱(Phishing), 파밍(Pharming) 등의 불법 해킹을 이용한 개인정보 유출과 휴대전화 클라우드 서비스의 아이디(ID), 비밀번호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박사)는 “보통 휴대전화로 오는 낚시성 광고를 의심하지 않고 클릭하면 휴대전화에 악성코드가 깔려 정보를 해킹당하는 사례가 있고, 휴대전화를 신제품을 바꿀 때 번호 등의 정보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ID와 비밀번호가 유출되는 경우가 있다”며 “휴대전화를 직접적으로 해킹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용자 본인이 보안에 신경을 쓰는 게 가장 우선이다”고 말했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 사건은 최근 불거진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과 함께 급성장 중인 신종 디지털 범죄다.
네덜란드 사이버보안 연구 업체인 ‘딥트레이스’는 지난해 딥페이크 영상의 96%가 음란물로 소비됐고, 피해여성 네 명 중 한 명은 한국 여성 연예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형사계도 이러한 일은 비단 여성 연예인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일반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자주 벌어지고 있는 사건으로 지목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ICT 기술이 가장 발전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간과해선 안 된다. 디지털시대에 개인의 안위(安慰)는 철저한 보안 습관이 지켜준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