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자가격리는 선택 아닌 필수
[e-런저런] 자가격리는 선택 아닌 필수
  • 신아일보
  • 승인 2020.03.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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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온화한 날씨와 그림같은 풍경,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하는데다가 맛있는 먹거리가 즐비하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코로나19로 강제 집콕을 당한지 2개월이 흘렀다. 물론 출근을 위해 매일 집밖을 나오긴 하지만 그야말로 출근을 위한 것일 뿐, 나머지 일상은 완전히 멈췄다. 특히 개학연기로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은 밖이 그리워 집앞 주차장만 나가도 발을 동동 구른다. 이른바 자가격리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마음 같아서는 꽃피는 제주를 만끽하러 떠나고 싶지만 이는 마음 뿐이다. 

이런 시국에 나도 모르게 감염원이 될까봐 몸을 추스리는게 당연지사다. 그런데 연일 뉴스에 도배되는 ‘미국 유학생 제주여행 모녀’의 행동거지가 야속하기 그지없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외 방문은 커녕 혹시 모를 불안감에 대학병원 근처도 안가는 사람들도 스스로 자가격리급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마당에 미국에서 돌아온지 일주일도 안돼 제주여행을 강행한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심지어 첫날 저녁부터 증상이 있었음에도 그 여행을 이어간 것에 대해서는 분명 질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 정한 자가격리자가 아니었고, 본인조차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해 의심조차 없었다고 하지만 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에 부합할 수 없다. 

이를두고 모녀의 거주지인 강남구청장의 두둔이 화를 더 키우고 있다. 강남구청장은 “강도높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기분 전환을 위해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지만 항공편이 취소되자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며 “이들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국민들의 화를 더 키웠다. 선의의 피해자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이런 시국에 여행은 물론이고, 외출 자체를 자제하며 스스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저 모녀의 행동 자체가 납득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가격리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에 따라 코로나19 종식은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