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기준금리 시대 열리자 보험업계 '곡소리'
0%대 기준금리 시대 열리자 보험업계 '곡소리'
  • 김현진 기자
  • 승인 2020.03.17 1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당기순익, 전년比 27% 하락했는데 올해 더 절망적
"규제 강화·자산운용 수익 악화…문 닫는 회사도 나올 것"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다. (사진=한은)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다. (사진=한은)

국내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자 주로 자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보험업계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미 업계 전체적으로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7%가량 하락했는데, 초저금리 시대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받게 된 보험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 강도는 높아지고,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아예 간판을 내리는 회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9496억원(26.8%) 하락하며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25%까지 내려가면서 투자수익률이 악화된 영향이다. 자산운용 시 채권투자를 선호하는 보험사 특성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투자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전망은 더 절망적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1%p 내린 데 이어 한국은행도 0.5%p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0%대(연 0.75%)까지 떨어졌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보험사 주요 영업채널인 대면영업이 막히면서 급격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전체 영업 중 대면영업 비중은 각각 98%와 89%에 달한다.

보험업계 A 관계자는 "규제는 강화돼 있는데 기준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보험업계가 너무 어렵다"며 "영업이라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영업이 어려워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B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며 "금리 인하로 인해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서 발생하는 역마진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금리 인하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영업도 막혀 있다"며 "저금리로 인한 손해를 영업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달 말 1분기 실적이 얼마나 떨어질지 상상이 안 간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영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대체 사업이나 투자처 발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아예 문을 닫는 보험회사가 나올 수 있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보험업계 C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경영 환경이 매우 안 좋아졌고, 대체 수익처를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재무구조가 부실한 회사는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D 관계자도 "지금 금리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대부분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채권 투자 위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 또한 좋지 않아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처를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