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칼럼] 서산해미읍성 토요전통상설공연, 이대로 사라지는가?
[신아칼럼] 서산해미읍성 토요전통상설공연, 이대로 사라지는가?
  • 신아일보
  • 승인 2020.03.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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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채 충남 서산주재(부국장)
 

2017년부터 3년 연속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충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충남의 대표 관광문화 공연콘텐츠인 서산 해미읍성 토요 전통상설공연이 공중해체될 운명에 놓였다.

해미읍성 상설공연은 '야단법석 신명날제'라는 타이틀로 전국의 유명 전통 공연 팀이 수준 높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쳐 해미읍성을 찾은 관광객과 지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또한 매달 마지막 주에는 지역 예술인들과 충남무형문화재 팀들이 출연해 서산의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역량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일조를 했다.

더불어 매회 공연 영상을 촬영해 YouTube 업로드와 중국어 안내가 실린 1년 공연 스케줄을 담은 리플렛을 제작해 해미읍성을 알리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해미읍성 토요 전통상설공연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해미읍성이라는 세계적인 문화재 위상에 걸맞게 10년 동안 운영해온 역사를 가진 토요 전통상설공연 타이틀을 버리고 해미읍성 활성화 문화공연 타이틀로 바꾸겠다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서산시 문화시설사업소에서는 형평성에 입각해 지역의 여러 단체에게 공연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주관인 (사)해미읍성 역사보존회와도 사전 협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해미읍성 역사보존회는 이와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해미읍성 역사보존회 측에 따르면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 식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수의계약으로 진행한다면 기획·운영사 선정 기준과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어 공연 수준의 질적 저하는 물론, 지난 10년간 이뤄온 해미읍성을 대표하는 공연문화콘텐츠로의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문화시설사업소에서 내 놓은 대안이라는 것이 더욱 더 가관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전통상설공연이 아닌 해미읍성 활성화 전통문화공연으로 타이틀을 바꾼다는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닐 수 없다. 해미읍성 토요 전통상설공연의 10년 역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해미읍성 토요 전통상설공연은 2010년을 시작으로 이후 7년 동안 한 단체가 매년 같은 레퍼토리로 운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공모를 통해 다른 단체가 3년간 연속해서 기획·운영사로 선정돼 경쟁 단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공모 정식 절차를 따라 철저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됐고, 공연의 퀄리티도 높아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전통상설공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해미읍성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수준 높은 양질의 공연을 상시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명하게 공모와 심사를 거치지 않고 기획·운영사를 선정할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는 온전히 관람객이 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해미읍성의 이미지에도 많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문화시설사업소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감수하면서 까지 수의계약을 해미읍성 역사 보존회에게 권고하는 것일까? 

궁색하게도 상설공연의 퀄리티나 내용은 상관없고 단지 지역의 한 단체가 몇 년을 운영함에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여러 단체에게 공연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지난 3년 동안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지역 공연 팀이 출연해 지역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무대에 서고 있었다.

해미읍성은 세계적인 문화적 가치를 가진 서산의 대표 문화재로서 로마 교황이 다녀갔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앞두고 있다. 충남을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 문화재인 해미읍성의 문화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갖춘 수준 높은 브레인 행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영채 충남 서산주재(부국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