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 늘어…디지털 전환 시험 기회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 늘어…디지털 전환 시험 기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3.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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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일하는 방식 혁신' 꾸준히 추진
LS그룹, 스마트워크 투자 확대 기회 삼아
제조업 기반 대기업, 전사 출근 체제 유지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국내 대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전사 출근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보안과 장비 등의 문제로 연구·개발(R&D) 직종 등은 제한적인 재택근무를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화두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시험하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달 말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한 대기업들은 사태 장기화에 따라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SK는 재택근무에 적극적으로 나선 주요 그룹 중 하나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지주사인 SK는 재택근무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또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주요 계열사들도 각급 학교의 개학 연기 기간에 맞춰 22일까지 2주간 재택근무한다.

SK그룹은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현지법인이 있고, 주재원이 확진자로 판정받은 점 등에 따라 이번 사태에 각별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인 스마트워크를 꾸준히 추진했다는 점도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가장 데스크톱 환경(VDI) 구축, 공유좌석제 등 ‘스마트워크’를 이미 시행하고 있어 재택근무에도 업무상 혼선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재택근무 시행으로 기존 시스템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SK그룹은 보안 문제로 제한했던 카카오톡 PC 버전 설치를 허용하고, 시스코의 화상회의 시스템인 웹엑스 활용 등을 권고했다.

한화그룹은 4일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한화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는 절반씩 출근하는 2부제 재택근무와 공동휴가 등을 도입했다.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두산과 효성, 코오롱 등도 순환제 또는 사무직 50% 수준의 자율적 재택근무 등의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연기했다.

LS그룹은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 용산사옥을 이틀간 폐쇄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한 것을 계기로 스마트워크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임직원에게 보낸 격려 메시지를 통해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클라우드 업무 환경 등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고, 비용 절감과 일부 투자 축소 등을 통해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제한적인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자율 재택근무 체제를 1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팀 단위로 업무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결정하며, 임신부와 기저질환이 있는 직원은 재택근무 권고 대상이다.

다만, 현대차는 재택근무 연장의 전제조건으로 ‘업무 물질의 확보와 적시에 의사결정 지원 등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유지하며, 신차 개발 일정을 준수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사실상 재택근무가 제한돼 노사 간 갈등도 불거졌다.

또 제조업 기반 대기업은 협력사들과 수시로 공동 작업을 해야 해 재택근무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는 제조업 기반 대기업도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전사 출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업무지속계획(BCP)을 수립했지만, 사무직도 출근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임직원 휴가 등의 사용 기간을 늘렸지만, 그룹 차원의 재택근무 시행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는 임신부 특별휴가 기간을 기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에서 오는 22일까지로 늘렸다. 가족돌봄휴가 사용일은 10일에서 30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재택근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는 산업보안, 기술개발의 연속성, 24시간 생산시설 가동 등 특수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한화 등 방산업체는 군사보안 차원에서 인터넷망과 분리된 전산망을 사용해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