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보이스피싱, 철지난 범죄?…“예방홍보 강화해야”
[e-런저런] 보이스피싱, 철지난 범죄?…“예방홍보 강화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20.03.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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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20대 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해당 청년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범인들은 청년에게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있으니 수사에 협조하라”며 전화로 압박해 금전을 갈취하고 연락을 끊었다. 그 과정에서 청년은 범인들을 수사관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고, 범인들이 지시한 일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몇 번의 실수를 하자 수사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실제로 그는 유서에서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니다"면서 "범죄를 옹호하지 않고 협조하려 했던 선량한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만약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아직도 그런 것에 속는 사람이 있냐”며 가볍게 여기거나, 모 개그프로그램에 나온 것처럼 범인들이 어설픈 한국말을 구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조직 일당들은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실제 수사관 연기를 수차례 연습해 피해자들을 홀린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만 2만여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이 중국이나 대만 등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 하루아침에 일망타진 하는 것이 힘들다면, “안녕하세요 000씨, 대검찰청 소속 OOO 수사관입니다”로 시작하는 범인들의 실제 음성을 공익광고 형태로 만들어 방송에 내보내는 등 지속적인 범죄 예방 활동을 통해 사기에 속는 사람이라도 줄여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인’이라는 인터넷 링크가 포함된 문자로 악성앱 설치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유출하거나, 코로나19로 힘든 소상공인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등의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량한 사람들이 사기 피해로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순진하고 성실했던 한 청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좀 더 적극적인 사기 예방 홍보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