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코로나19, 국민 스스로가 금(禁) 줄을 칠 때다
[기고 칼럼] 코로나19, 국민 스스로가 금(禁) 줄을 칠 때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3.0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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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민 화순군 의회 운영위원장
 

최근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요즘은 지역 어른들께 안부를 묻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고 있다. 미생물학과 세균학이 발달하면서부터 전염병을 퇴치하는 길이 열렸다고 하지만 최근에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메르스, 신종플루, 코로나19 등 다양한 전염병 등이 우리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행했던 전염병으로는 한센병, 천연두(天然痘), 페스트, 호열자(콜레라), 유행성 감기 등이 있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는 한 때 패스트의 유행으로 2600만명이 희생된 후에는,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환자의 격리와 다중이용시설의 이용금지, 이동을 금지시켰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에도 겨울과 봄에 전염병이 많이 발생했는데, 전염병에 기근까지 겹쳐 백성들의 피해가 더욱 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온역과 장역, 질진, 이질(痢疾), 학질(瘧疾) 등 많은 전염병이 유행했다. 심지어 고려 경종(981년), 예종(1122년), 인종(1136년) 3명의 왕들이 전염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왕들마저도 전염병인 질진(疾疹)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전염병들이 많은 사람들을 목숨을 앗아갔다. 1817년 인도에서 발생한 호열자(콜레라)는 전 세계로 확산돼 당시 조선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이렇게 전염병이 돌면 백성들의 경우 신앙에 의지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보 제28호인 경주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약사불(佛)이다. 8세기 통일신라시대 질병을 고쳐주는 약사(藥師) 신앙의 대상이 되는 부처이다. 또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를 격리시키거나, 병을 피해 마을을 떠나 피난을 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도록 그 집 대문에 금(禁)줄을 쳤다. 금줄은 부정(不淨)타는 것을 막기 위해 매는 새끼줄이다. 이 금줄에는 남자아이는 빨간 고추와 숯덩이를 새끼줄에 여러 개 꽂고 여자아이는 작은 생솔가지와 숯덩이를 새끼줄에 여러 개 꽂았다. 또 마을 제사인 동제를 지낼 때도 마을 전체에 금줄을 치기도 했다. 이때 마을에 금줄이 쳐지면 동제가 끝날 때까지 출입이 금지됐다. 금줄은 나쁜 병균에 취약한 신생아를 부정한 것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동제 때 금줄을 치는 것도 인간생활에 해를 끼치는 것을 접근시키지 않고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 스스로 서로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오래된 방책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차단하고 환자를 격리시키는 것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도 이런 조치가 필요할 때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은 대구・경북 지역의 주민들이 똘똘 뭉쳐 자발적인 격리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민들 스스로 단결해 자발적인 금줄을 친 셈이다.

  전염병의 확산은 분명 사회적 재난이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서 잘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개인의 위생관리와 예방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다중이 모이는 집회를 삼가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이동을 자제하고, 자발적인 격리, 선제적인 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류 역사상 많은 전염병이 돌았지만, 인류는 그동안 잘 이겨냈다. 이번에도 우리 인류는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자발적이고 성숙한 국민의식을 가지고 잘 이겨낼 것을 믿는다.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서로에게 희망을 주는 국민의식이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대응해야 할 때인 것이다. 지금이 바로 국민 스스로가 자발적인 금줄을 칠 때다.

/윤영민 화순군 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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