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지식보다 지혜와 양심이 훨씬 더 필요한 세상
[기고 칼럼] 지식보다 지혜와 양심이 훨씬 더 필요한 세상
  • 신아일보
  • 승인 2020.02.23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내가 20대 후반에 결혼해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산 지가 어느덧 40년이 다 돼 가니 새삼 세월이 빠르고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나의 아내 장금순(張金淳)은 한남대 지역개발대학원 부동산학과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지식인이다. 

그런데도 연말 연초가 되면 2011년 8월에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로 국학박사학위를 받은 남편인 나에게 유명한 무당을 소개해 달라고 애원하듯이 매달린다. 평일에도 매일 운세가 좋은 날과 나쁜 날을 알아보기 위해 ‘토정비결’을 본다. 운세가 나쁜 날은 외출을 하지 않고 생필품도 구입하지 않는다. 

남편도 자식도 운세가 나쁜 날은 외출을 자제하라고 경고한다. 나는 아내에게 『토정비결』은 미신이니 믿지 말고, 매사를 조심하면서 신중하게 처리하면, 아무 탈이 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 말보다 ‘토정비결’을 신봉한 나머지 매일 정독하고 일상생활에 활용한다.

나의 친척도, 친구도, 박사학위논문 지도교수도, 예술가도, 정치인도 나에게 유명한 무당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나의 아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연초가 되면 습관적으로 ‘토정비결’을 보거나 점집을 찾는 풍습이 있다. 그래서 무속을 조사 연구하는 민속학자인 나도 연초에는 무속인들을 만나 채록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해 나는 새해 운세를 궁금해 하는 민초들을 위해 최근 몇 년간 연초가 되면 일간 신문이나 주간신문에 새해 운세를 전망하는 칼럼을 기고한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도 내가 기고한 ‘경자년 새해의 민속학적 의미와 운세’란 칼럼이 일간신문과 주간신문보에 게재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영광스럽게도 어떤 유명한 역술가는 내 칼럼을 통채로 복사해 무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어느 누가 나에게 유명한 무당을 소개해 달라고 해도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중개인이 아니고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민속학자로서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는 변수가 많아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도, 주역학자도, 무당도 연초나 세기 초가 되면 나름대로 미래를 전망하는 말을 하고 글을 쓰지만 이제까지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미래는 신(神)도 모른다”고 푸념하듯이 말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연초가 되면 어리석게도 점집을 찾아 비싼 복채를 내고 점을 치곤한다. 올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점집을 찾는 정치인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정치 9단인 고 김종필 총리가 “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고 말했는데, 지금도 정치를 하기 위해 새로 입문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현명한 것 같으면서도 어리석다. 우리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교수, 판사, 변호사, 의사, 국회의원,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등 수많은 지식인 엘리트들이 헛된 돈과 명예와 권력욕에 사로 잡혀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바람에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가문에 먹칠을 하고 민족반역자로 비판을 받는 불행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식보다는 지혜와 양심이 더 필요해 지식교육보다는 인성교육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토정 이지함은 모범적으로 인생을 살아 존경을 받고 있는 역사적 인물로 우리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많은 지혜와 교훈을 안겨주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의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가 되고 있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