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누가 이기나 보자” 시동끄고 드러누운 운전자들
[e-런저런] “누가 이기나 보자” 시동끄고 드러누운 운전자들
  • 신아일보
  • 승인 2020.02.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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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A씨는 목적지로 가던 중 평소 지나던 길에 꽤 큰 이삿짐센터 차량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핸들을 꺾어 다른 길로 들어섰다. A씨는 그 길을 따라가다 중간지점에서 좌회전 깜빡이를 넣었다. 우측은 5층 건물의 주차장 입구였다.

A씨의 차가 좌측 길목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맞은 편에서 운전자 B씨의 차가 오른쪽 깜빡이를 켠 채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좌회전을, B씨는 우회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둘 중 하나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가장 빠른 해결책은 A씨가 직진을 하거나 B씨가 좌회전을 해서 어느 한쪽의 차가 비켜주는 것이었다.

A씨는 먼저 양보해주자는 생각에 차를 직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직진하려던 그 길의 맞은편에서도 운전자 C씨의 차 한 대가 또 들어왔다. C씨는 자신이 조금만 비켜주면 상황이 정리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미동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이 세 사람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자 A씨는 “나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아예 시동을 꺼버렸다. 얼마 지나자 B씨가 A씨에게 다가와 차를 조금만 뒤로 빼달라고 부탁했고 A씨가 약간 후진하자 B씨는 그대로 직진해 5층 건물이 있는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 버렸다. 이로 인해 A씨, C씨는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고 건물 입구로 들어간 B씨도 다시 후진한 뒤 우회전해 그곳을 벗어났다.

이 일을 직접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먼저 차를 비켜줘야 할까’하고 말이다. 우리나라 교통법에는 차대 차가 마주했을 시 누가 먼저 비켜줘야 한다는 그런 구체적인 법은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오르막길 내리막길에서 마주했을 때는 올라가는 차량이 비켜주고, 짐이 없는 차량이 짐이 있는 차량을 보면 비켜주는 것 정도는 의무라고 나와 있다.

운전자끼리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게 미덕이라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시비에 휘말리는 일도 다반사다. 때문에 운전자의 양보심을 강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법 강화다. 질서 유지를 위해 차대 차 간 신경전을 벌일 때 누구든 처벌할 수 있는 그런 강력한 교통법이 마련되는게 어떨까.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