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심판 받은 죄인이 외치는 "정권 심판"… 물거품 된 개혁보수
[기자수첩] 심판 받은 죄인이 외치는 "정권 심판"… 물거품 된 개혁보수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2.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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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는 결국 '도로 새누리당'이었다. '개혁보수'의 꿈은 3년 만에 물거품으로 끝났고,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의회 권력을 지키기 위한 보수의 '생존통합'으로 전락했다.

17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모였다. 중도·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이라고 줄곧 외치고 있지만, 결국 내놓은 결과는 도로 새누리당이란 시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7년 1월 24일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파는 당을 뛰쳐나가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유승민·김무성·여상규·김성태·황영철 의원 등 보수권 핵심 인사 33명이 개혁보수라는 희망을 안고 출발했지만, 3개월 후 이은재 의원을 시작으로 중도 하차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6일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의원 9명과 당원이 집단 탈당을 선언함으로써 결국 교섭단체 지위까지 잃게 된다.

중도 하차했던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정권의 파시즘 독재를 끝장내고, 도탄에 빠진 나라의 민생을 구하는 것은 4·15 총선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이 땅의 모든 세력이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문재인 정권을 불러들인 원죄가 있는 사람으로서 이제 자유 우파의 대동단결을 위해 기꺼이 저를 바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수도권 3선 의원의 '원죄' 발언은 박 전 대통령 탄핵보단 결과적으로 정권에 대한 체제 탄핵이 된 바람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는 데 길목을 내준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현상이 나타났고, 이른바 '정윤회와 십상시' 논란 등이 터지는 등 이상 징후가 보였음에도 보수는 위기 의식 없이 넋 놓고 있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수치스러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청와대와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제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는 '배신의 정치인'으로 몰렸다. 탄핵 정국 후에도 우왕좌왕하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2017년 조기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을 내줬다.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거의 모든 지역이 파란 물결로 덮이기까지 했다.

이번 총선은 진보 대 보수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김세연·유기준·정갑윤·여상규·박인숙 의원 등 보수 중진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 출범한 미래통합당은 황교안 대표부터 시작해 대부분 '원죄'가 있는 인사다. 결국 원죄로 흩어졌지만 기득권 유지를 위해 원죄를 그대로 품고 가는 상황이 됐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