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색 맞추기식 5G 알뜰폰 요금제
[기자수첩] 구색 맞추기식 5G 알뜰폰 요금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2.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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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까지 무제한인 5G 요금제는 당분간 힘들 겁니다. 이통사들도 밥그릇은 챙겨야죠.’

최근 출시된 5세대(G) 이동통신용 알뜰폰 요금제을 놓고 업계에선 이 같은 뒷말이 나온다. 이통사들이 알뜰폰 업체와 손잡고 5G 요금제를 내놨지만, 제대로 된 상품은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LG유플러스와 KT가 지난주부터 자회사 등을 통해 내놓은 ‘알뜰폰 5G 요금제’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엔 부족하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 U+MVNO 파트너스 참여사들을 통해 알뜰폰 5G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들의 상품은 ‘5G 라이트’와 ‘5G 스페셜’ 등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됐다. 

이 요금제들은 음성통화와 문자는 무제한이다. 각각 △월3만3000원에 데이터 9GB, 1Mbps로 Qos(데이터 소진 시 속도제어) △월 6만6000원에 데이터 180GB, 10Mbps Qos를 제공한다. 이통사들의 5G요금제보다 제공 데이터는 좀 더 많으면서도 요금은 28%가량 저렴하다.

그러나 LG유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5G 요금제 중 ‘속도·데이터 무제한 상품’은 제공하지 않는다. KT 엠모바일 역시 마찬가지로, 월 3~6만원에 데이터 소진 시 인터넷 속도가 제한된다.

5G 요금제 가입자의 대부분이 속도·용량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KT의 경우 5G 서비스 가입자의 80% 이상이 속도 용량 무제한인 ‘슈퍼 플랜’ 요금제를 택한다고 했다.

물론 이통사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5G 서비스는 포화된 통신시장을 돌파할 수단이다. 속도·데이터 무제한 상품까지 알뜰폰에 제공하기엔 손실이 크다.
그러나 기존 알뜰폰 업체들이 서비스 중인 LTE 요금제와 비교하면 이번 5G 요금제는 더욱 구색 맞추기로 비춰진다.

현재 LG헬로비전은 월 3만3000원에 통화 무제한, 데이터 11GB와 소진 시 일 2GB를 제공한다. 하루 2GB 데이터를 다 쓸 경우 3Gbps로 무제한 사용 가능하다. 알뜰폰 LTE 요금제가 5G 요금제보다 낮은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데이터 소진 시엔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제 시선은 지각생인 SK텔레콤으로 쏠린다. SK텔레콤은 아직 알뜰폰 업계에 5G 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만큼, 정부, 업계와 협상을 마친 후 관련 상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국내 1위 이통사인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 KT에 발맞춰 구색 맞추기에 만족할지, 소비자 혜택 강화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