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문명의 이기가 불러 온 ‘바다거북이의 재활’
[e-런저런] 문명의 이기가 불러 온 ‘바다거북이의 재활’
  • 신아일보
  • 승인 2020.02.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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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바다거북이가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헤엄치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거북이는 등에 토끼나 사람을 태우고 깊은 바닷속 용궁까지 헤엄쳐 이동하는 수영의 일인자였다. 그런 거북이가 헤엄치는 연습을 한다니...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인공지느러미인 의족을 차고 다시 헤엄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

수년 전 사람들이 쳐 놓은 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이의 왼쪽지느러미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물에 걸린 부분이 옥죄어 오다가 피가 통하지 않아 절단되고 말았다고.

다행히 구조대에 발견돼 생명은 건졌지만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거북이가 마냥 안타깝게 다가온다. 

운? 좋은 거북이는 이처럼 목숨도 부지하고 의족도 생겨 다시금 헤엄치는 연습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물에 걸린 상당수의 거북이들은 사망하고 만다. 

죽은 채로 바닷물에 떠밀려 온 거북이나 고래의 뱃속에서 인간 문명의 이기들인 각종 쓰레기더미와 플라스틱들이 들어있는 사진을 접한 적이 있다. 

무심코 마시고 버린 생수병들이 거북이와 고래의 뱃속에서 나오는 모습에 일회용품들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커피숍에서 차 한 잔 마실 때면 어김없이 플라스틱 빨대를 나도 모르게 집어 들고 만다. 그리고는 '오늘 한 번 만인데 뭐...'라는 생각으로 죄책감을 덜어본다. 

내일도, 모레도 사람들은 빨대를 찾을 것이고 페트병에 든 생수를 마실 것이다. 아파트에서 매주하는 재활용 날이면 각종 플라스틱 더미가 넘쳐난다.

아이들 장난감은 물론 각양각색의 그릇들, 전선을 감싼 손잡이, 옷걸이, 문구용품 등 플라스틱의 종류가 그리도 많을 줄은 지금껏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수북이 쌓여있는 플라스틱 더미 사이로 거북이 뱃속에서 쓰레기와 엉켜있던 잘려나간 플라스틱 뭉치가 떠오른다. 

과학이 발달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의 삶은 풍족해졌다. 그러나 그로 인한 문명의 이기가 가져 온 자연의 상처는 곧 우리 미래의 상처로 되돌아 올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명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