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전염병보다 무서운 건 욕심?
[e-런저런]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전염병보다 무서운 건 욕심?
  • 신아일보
  • 승인 2020.02.05 0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연일 추가되는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마스크 하나에 안위를 의지하고 있노라면, 오늘날 같은 첨단 의료시설이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조선왕조실록 순조 21년(1821) 기록에는 "의약이 효과가 없고, (환자를) 구할 방도가 없다. 전염하는 기세가 거센 불길과 같아 치료할 방법이 없다. 옛 처방이 전혀 없으니 의원조차 어떤 증세인지 모른다"고 적혀있다.

해당 대목을 보면 빠르게 퍼져나가는 역병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에 역병 유행이 심한 곳의 주민들은 터전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가기도 했다.

물론 조선에도 환자치료 기관은 있었다. 빈민구제와 치료를 맡았던 동서활인서, 서민들의 질병을 치료한 제생원, 의약과 일반 서민의 치료를 담당한 혜민서가 그것이다. 특히 동서활인서는 역병 발병 시 환자를 간호하고 음식과 의복·약 등을 배급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조선후기 동서활인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의관들은 태만했고 약을 횡령하는 일이 잦아 약이 제때 보급되지 않은 탓이다. 병자가 많을 때는 치료제는커녕 굶어 죽는 것을 막을 죽조차 부족했는데, 일부 의관들은 시들어가는 환자들을 보면서도 자신들의 잇속 차리기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들의 욕심은 최근 일부 마스크 도매상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물량을 감추고, 가격을 5배까지 인상한 소위 ‘마스크 매점매석 사태’를 떠오르게 해 씁쓸함을 안긴다.

생명과 연관된 일에서까지 꼭 이득을 취해야만 했을까? 굳이 이타적일 필요는 없다. 다만, 재채기 소리 하나에도 움찔하는 공포심을,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한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전염병보다 고약한 욕심까지 부리지는 말았으면 한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