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4번째 신당 창당을 한다.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넘겨 달라는 제안을 거부하자 결별 통보를 하고, 독자행보에 나선 것이다.
2012년 안 전 의원의 등장은 정치권을 뒤흔들었지만 현실에서 뿌리를 내리진 못했다.
그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을 시작으로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 신당을 세 번 창당했지만, 그 당에서 두 번 탈당했다.
2012년 대선 후 미국으로 갔고, 2년 전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외국으로 떠났다.
이 때문에 어려운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정치 바람이 불 때만 얼굴을 내미는, 혹은 과도하게 신중한 행보로 '간철수'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런 그가 또 새로운 당을 만든다.
사실 안 전 의원은 2012년 정계에 입문하면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당을 만든 게 벌써 네 번째다. 산술적으로 2년에 한 번꼴로 당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필요에 따라 창당, 합당, 탈당을 반복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인 출신이라 그런지 벤처창업을 하듯 당을 만들고, 필요하면 다른 당과 합치고, 손절매의 시점이 오면 떠나는 일에 익숙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의 행보를 곱게 볼 국민은 많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를 의식했을까. 그는 네 번째 창당 배경에 대해 "기존 낡은 정당에서 새로운 일을 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고 했다.
극심한 진영 갈등에 싫증이 난 '중도표심'에 대한 전략을 드러낸 셈이다. 그가 지향하는건 실용적 중도 정당이다.
실제 안 전 의원은 2016년 국민의당을 만들면서 중도 노선을 표방한 바 있다. 그의 이번 창당이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영 간, 이념 간, 지역 간 대립으로 꽉 막혀 있는 현재 정치 구도를 깨뜨리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는 일단 반갑다.
어쩌면 그는 4년 전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 녹색 돌풍을 기대하는걸까.
그러나 만약 그가 여권에도, 야권에도 답이 보이지 않으니 중도표에 호소하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재개한 것이라면 국민은 그에게 더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아직 창당 초기인 만큼 구체적 지향점을 밝힐 단계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총선이 불과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보다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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