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불안 확산…휴업 학교 숫자조차 파악 못한 교육부
‘우한 폐렴’ 불안 확산…휴업 학교 숫자조차 파악 못한 교육부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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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휴업 3개교’ 발표 후 교육부 ‘전국 휴업 1개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하굣길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하굣길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국내에서 2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 당국이 기본 통계치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31일 오후 ‘우한 폐렴’ 관련 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날 휴업하거나 휴원한 학교는 1개교이며 개학을 연기한 학교는 74개교라고 발표했다.

서울 초등학교 1곳이 휴업했고 서울 유치원 2곳과 초등학교 7곳이 개학을 연기했으며 경기도는 유치원 65곳이 휴원했다는 게 당초 교육부가 발표한 수치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보다 한시간 먼저 자료를 배포해 “31일 오전 9시 기준, 초등학교 1곳과 유치원 2곳 등 총 3개교가 휴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개교의 학교 이름도 명시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 현황도 제공하며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유치원이 개학을 언제로 미뤘는지 상세한 정보를 배포 자료에 공표했다.

경기도 또한 이날 휴업하거나 개학을 연기한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교육부 배포자료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일선 교육청 통계와 일치하지 않은 수치)에 대해 교육부 대변인실은 “교육부가 휴업 및 개학 연기 현황을 각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취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또한 보도자료를 제공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서울 휴업 학교 수만 3곳으로 수정하고 경기도 현황은 추가하지 않은 채 자료를 재배포했다.

그러나 ‘우한 폐렴’으로 학부모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인 교육부가 일선 학교 개학 자료조차 취합하지 않고 나아가 부정확한 통계마저 냈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스스로 보도자료를 통해 “시·도 교육청이 관할 학교의 휴업·휴교를 결정할 경우 반드시 보건복지부 장관 및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일선 학교가 휴업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교육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학교 몇 곳이 휴업했는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우한 폐렴’ 대응과 관련한 종합 점검회의에서 “정부가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장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공개하기 바란다”고 각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한편, ‘우한 폐렴’이 확산일로에 놓인 이후로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엇박자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개학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같은 날 오후 교육부는 “일괄적인 개학 연기는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 교육계는 반나절 가량 혼란을 겪은 바 있다.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엇박자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 27일 각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1월13일 이후로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모든 학생·교직원에 대해 입국 후 14일간 등교·출근을 중지하도록 조처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반면 이날 대부분의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중국 ‘우한시’를 다녀온 학생·교직원은 등교·출근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상당수 학교가 격리 대상을 ‘우한시’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daisylee19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