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시정 연설서 “한국과 가치 공유한다”
아베 시정 연설서 “한국과 가치 공유한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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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징용문제 “韓, 약속 지켜라” 반복 요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시정 방침 연설이 화제다. 특히 ‘한국이 일본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언급한 점이 유독 눈길을 끈다. 

20일 아베 총리의 시정 방침 연설은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서의 핵심 현안인 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반복,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아베 총리는 시정 방침 연설 중 외교·안보 정책 부분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언급하며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면)그렇다면 더욱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지키고 미래 지향의 양국 관계를 쌓아 올리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국회 시정방침 연설 중 한국을 언급하며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설명한 것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6년 만이다. 

특히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2013년과 2014년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설명했지만 2015년에는 가치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다. 

다만 2016년과 2017년에는 “(한국이)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합의 이행 및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두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왔다. 이런 가운데 가치 공유보다 양국 간 관계에 있어 긴밀함의 수위가 보다 낮은 표현으로 대체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 

일본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018년 첫 시정방침 연설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지난해 시정방침 연설에서는 대북 정책을 설명하며 “미국이나 한국을 비롯,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언급했지만 한일 관계에 대한 표현은 없었다. 

이 무렵 한일 양국은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확정·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와 치유 재단 해산·자위대 초계기 갈등 등으로 극도로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일본이 의도적으로 한국에 대한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매해 시정 방침 연설은 내각을 대표해서 국회에 그해의 정책 기본 방침을 설명하는 메시지로 아베 총리가 6년 만에 한국과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한다’고 언급한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12월에 15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간 대화를 통해 한일 관계 문제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 이와 같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수출 규제와 관련한 한일 정책 대화가 재개되고 상대적으로 덜 예민한 문제데 대해서 양국간의 대화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긍정적인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시정 연설을 통해 한일 최대 현안인 일본 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가 없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베가 거론한 나라와 나라의 약속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아베는 (1965년)당시 협정에 의해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는 모두 해결됐고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이에 근거한 일본 기업 자산 압류 등의 후속 조치 문제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주장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베의 시정 연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는 점을 언급해 징용과 관련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양국 관계가 더 악화일로를 걷는 것을 막고 전반적으로 개선을 지행해 지용 문제만큼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핵심 사안인 징용 문제와 양국문제를 분리하려는 아베의 심리가 연설에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