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정된 혼란 부를 ‘전세자금대출 규제’
[사설] 예정된 혼란 부를 ‘전세자금대출 규제’
  • 신아일보
  • 승인 2020.01.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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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아파트 한 채에 20억 원을 훌쩍 넘어가는 현상은 분명 이해하기 어렵지만 규제 시행으로 당장 올해 봄에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큰 곤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20일 전세대출 규제 시행으로 12·16 대출규제가 전면 가동된다. 전세대출을 쓰면서 전세를 낀 시가 9억 원이 넘는 집을 산 사람들은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새 규제로 인해 기존에 쓰고 있던 전세대출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전세금반환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구입한 주택의 세입자를 내보내기도 쉽지 않다. 

이번 규제로 9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보증을 전면 제한되고, 전세 대출자가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적발되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게 된다. 하지만 규제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현실적인 배려가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중위 아파트 값은 지난해 11월 기준 8억80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절반 가까이가 9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에 해당된다. 이들 상당수는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례인데 결국 이들은 전세대출금을 갚거나 고가아파트를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물론 아직 예외는 있다. 20일 이전에 이미 고가주택 보유자면서 현재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해당 전세대출의 만기에 대출보증을 연장할 수 있지만 전셋집을 이사하거나 전세금을 증액해야 하는 경우엔 신규대출로 간주돼 전세자금 대출이 금지된다.

앞으로 전세대출을 끼고 고가주택을 사기도 어려워진다. 20일부터는 전세대출을 이용하려면 ‘고가 주택을 취득하거나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 대출이 회수된다’는 내용의 추가 약정서를 써야 한다. 은행들은 3개월에 한 번씩 국토교통부 시스템을 통해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규제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대출자는 약 2주 안에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된다.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면 연체이자를 내야하고, 카드발급을 포함한 각종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게 돼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어려워진다.

규제를 위반한 경우 정해진 기간 안에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고 해도 대출회수가 결정된 대출자는 그 즉시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내놓았지만 필요하다면 더 센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한다. 강남 등 이상과열의 투기세력을 잡는 정책은 환영하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중산층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전국과 차이는 있지만 서울 절반의 주택보유자가 모두 투기세력은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배려가 아니라 정책 추진의 기본사항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