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리당략에 무너진 국회의 권위
[사설] 당리당략에 무너진 국회의 권위
  • 신아일보
  • 승인 2020.01.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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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국회의 권위를 국회의원 스스로 무너뜨리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장에서 자유한국당과 일부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서 20대 국회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도 포기해야 할 것은 심정이다. 

정 휴보자의 인사청문회가 8일 종료됐지만 심사결과보고서 채택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나 정의당은 정 후보자에 대한 적격보고서를 즉시 채택하자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이날 보고서 채택이 어렵다고 못 박았다. 새보수당도 적격‧부적격은 정해놓지 않았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며 한발을 뺀 상태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에 대한 적격 보고서를 채택하고,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인준안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오는 16일이 총선 출마 공직자의 사퇴시한인 점과 이낙연 총리의 후임으로 정 후보자가 공백 없이 총리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문제는 정 후보자의 총리인준이 아니라 국회 스스로가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국회의장 출신인 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임기 중에 입법부 수장을 지냈는데 곧바로 행정부의 총리로 가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한다고 문제 제기했다. 전직이지만 국회의장으로서 입법부의 권위를 세워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입장 표현이었다.

하지만 막상 총리후보 인사 청문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태도 돌변했다. 의원들이 발언 때마다 입버릇처럼 대내이던 ‘존경하는 의장님’은 사라지고 물어뜯기식 주장만 난무했다. 특히 정 후보자가 경기도 화성 동탄 택지개발 사업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했다. 

정 후보자는 이런 의혹을 전면부정하면서 ‘이런 모욕적 말씀은 처음’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한국당 김상훈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문제로 지적됐던 일들의 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참 기가 막힌 일이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여러 번 소비해야 하느냐’며 작심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당이 ‘국회 어른’으로 존경받던 정 후보자에 대해 의도된 의혹 제기에 나서며 흠집 내기에 열중인 배경에는 결국 보고서 채택과 인준 표결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국회를 박차고 나가 장외투쟁에 나서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독재라며 ‘떼쓰기 정치’에 열중하다 뒤늦게 ‘제1야당 패싱’을 논하면서 스스로의 권위까지 내동댕이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민주당은 9일 민생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전례에 없던 쪼개기 본회의를 통해서라도 설 연휴 전에 처리돼야 할 법안의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21대 총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입법부 스스로 입법부의 위상과 권위 지키기에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