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호한 특약매입 심사지침, 그물망 정책 필요
[기자수첩] 모호한 특약매입 심사지침, 그물망 정책 필요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01.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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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신년 정기세일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년처럼 떠들썩하지 않고 되레 조용하다.

그간 정기세일 기간만 되면 백화점업체들은 행사 규모와 참여업체별 할인율, 할인품목이 무엇인지 등 관련 정보를 대대적으로 알리곤 했다.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월1일부터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을 시행한 까닭이다.

특약매입이란 백화점과 아울렛 등 대형유통업체가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한 후 수수료를 제외한 대금을 입점업체에 지급하는 거래방식을 의미한다.

특약매입 심사지침은 대형유통업체가 입점업체에 참여를 강제할 수 없으며 만약 공동판촉 시 대형유통업체가 세일비용의 최소 5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취지만 놓고 본다면 설령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사그라질지언정 마땅히 환영할 만하다.

사실 대형유통업체들은 상품거래를 하는 데 있어 입점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때문에 대다수의 입점업체들은 이후 입점계약 등을 우려해 손해를 보더라도 대형유통업체가 주도하는 행사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이젠 입점업체들도 원하지 않는 행사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하는 경우엔 해당 대형유통업체로부터 세일비용의 일부를 보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입점업체의 ‘자발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실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각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비책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올해 유통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특약매입 심사지침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선후관계가 뒤바뀌었다는 걸 시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엇이든 새로운 정책(제도)을 시행하고자 한다면 산업(시장)에 미칠 영향을 A부터 Z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시행부터 해놓고 그 다음 필요한 내용을 보완하는 땜질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이번 특약매입 심사지침처럼 산업규제에 대한 정책이라면 더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