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익형직불제, 농가소득 불균형 깨는 마중물 돼야
[기자수첩] 공익형직불제, 농가소득 불균형 깨는 마중물 돼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1.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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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핵심 농정공약이자 농업계 최대 현안이었던 ‘공익형직불제’가 올해 5월1일부터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공익형직불제는 쌀과 대농(大農)에 편중된 지금의 직불제를 전면 개편해, 재배품목·가격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고 중소농을 배려한 단가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직불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적으로 농민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개방화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농가를 보호하고, 먹거리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자 지난 1997년 ‘경영이양 직접지불제’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쌀 소비가 매년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직불제 구조상 전체 농가의 55%가량인 쌀 농가에 직불금의 80%가 집중돼, 쌀 공급과잉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쌀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농가일수록 직불금을 많이 수령하다보니 농가의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 현상을 심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실제 2017년 기준 3헥타르(㏊) 이상의 논을 가진 대농 7%가 직불금의 40% 가까이를 가져간 반면에, 1㏊ 미만의 농지를 보유한 소농 72%는 직불금의 29%만 수령했다.

이처럼 규모화된 대농은 중소농 보다 많으면 수십 배에 이르는 직불금을 수령 받았고, 정부· 지자체의 보조사업에서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커 정책적인 혜택을 많이 누렸던 게 사실이다.

소농들의 다수는 자기 땅이 아닌 임차해서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얼마 되지도 않는 직불금마저도 농지 소유주가 고스란히 가져가, 소농이 느끼는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농가의 연간소득은 928만원에 불과하지만,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농가 소득은 1억310만원에 이른다. 차이만 무려 11배다. 도시가구의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차이가 6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가의 소득 양극화는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또 경지규모 10㏊를 보유한 농가의 농업보조금 연평균 수급액은 2006년 468만원에서 2015년 1041만원으로 10년 사이에 573만원 늘었으나, 0.5㏊ 미만 농가는 25만원에서 27만원으로 겨우 2만원 증가했을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공익형직불제 도입은 대농과 소농 사이의 양극화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농직불제’를 통해 일정규모 미만을 경작하는 소규모 농가는 영농종사 기간·농외소득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연간 100만~120만원 정도의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공익형직불제가 농업·농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마술상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영세농의 소득안정을 돕고, 대농과 소농 간의 소득불균형을 완화시키는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믿는다. 남은 4개월간 정부가 농업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 듣고,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를 꼼꼼하게 해주길 바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