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운 시험대 오른 한국정치
[사설] 새로운 시험대 오른 한국정치
  • 신아일보
  • 승인 2019.12.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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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리는 정치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해 말 선거법 개혁에 여야 5당이 합의했지만, 해가 바뀌자마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일이 꼬였다. 결국 정치권은 패스트트랙이란 ‘블랙홀’에 빠져 올 한해를 대결의 정치로 시간을 보냈다. 표면적 이유야 한국당의 잦은 입장번복이 단초를 제공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 진보와 보수 모두 대화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여유가 없었다.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진보와 보수 정부가 절반씩 집권했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 정치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그 이전의 정부는 보수정부였다. 

우리 사회는 김대중, 노무현의 진보정부와 이명박, 박근혜의 보수정부를 겪으면서 진보와 보수의 세 대력이 분명해졌다. 거대 양당정치로 굳어진 정치지형은 ‘51대 49의 지지’를 되풀이하면서 정권만 바뀌었을 뿐 거대 정당의 지지력은 굳건했다. 언제나 ‘반쪽 대통령’이란 오명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면서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졌고, ‘촛불’을 원동력으로 선출된 정부가 문재인 정부다. 국민의 기대감은 높았지만 준비기간은 가장 짧았던 정부다. 정권 인수위조차 변변히 꾸리지 못하고 출발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정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금 국회의 모습은 이런 ‘정지지형’적 한계가 고스란히 담겼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몰린 보수 세력은 ‘촛불’이란 성난 민심에 밀려나고 박근혜 정부와 함께 연대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충복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문 대통령의 결벽에 가까운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인기에 기대어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선거법 개정으로 거대 양당정치보다 정책을 기반으로 한 다당제가 도입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이 또한 모험이고 시험이다. 오랜 시간 지속된 양당정치가 하루아침에  유럽식 다당제로 바뀌기는 쉽지 않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꼼수가 난무하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이란 전문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한해 우리가 목도했듯이 지금의 정치세력의 한계는 명확하다. 보수든 진보든 진영의 논리가 우리 사회를 대변할 수 없듯이 한쪽의 일방적 주장으로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미 시험은 시작됐다. 처음의 혼란이야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거품일 뿐이다. 새로운 제도를 통한 새로운 정치를 이뤄내야 한다. 이제 국민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