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임대주택의 밝은 미래를 보다
[기자수첩] 공공임대주택의 밝은 미래를 보다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2.19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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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유치원에 다닐 무렵 5층짜리 주공아파트에 살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던 이 아파트는 계단도 가팔라 어린 나에게 오르기 힘든 산처럼 느껴졌다.

단지 내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정글짐이나 뺑뺑이 같은 기본적인 놀이 시설조차 없어, 매번 옆 단지 놀이터를 찾아가 놀던 생각이 난다.

원래는 하얬을 콘크리트 벽이 베이지 톤이 될 때까지 빛이 바랬던 이 아파트 단지는 음침한 분위기마저 자아내, 어린 마음에도 좋은 곳으로는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이처럼 기자의 기억 속 공공임대주택은 입주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그저 최소한의 주거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편견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무의식 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 공공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가 이런 편견을 조금씩 깨고 있다.

LH는 공공임대 단지 내에 어린이를 위한 키즈카페와 도서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고 있고, 일부 신혼희망타운을 대상으로는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놀이터 설계 공모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은퇴자들이 취미생활을 즐기기에 적합한 텃밭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가전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을 위해 빌트인 가구도 계획한다. 주차장을 지하화해 보행자 안전을 확보한 단지와 에너지 복지 차원의 제로 에너지 단지도 만들고 있다.

더 고무적인 것은 공공임대주택의 변화가 단순히 겉모습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웃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단지 계획으로 건강한 주거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역에서 소외되며 ‘왕따 단지’로 불리기도 했던 공공임대주택이 오히려 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시작된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공공임대주택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꿈터, 일터, 쉼터로서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변창흠 LH 사장의 다짐 속에서 근거 있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티 없는 동심(童心)과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새로운 가족의 울타리를 만든 신혼부부, 쉴 새 없이 달려온 삶을 정리하는 어르신까지. 앞으로 이들에게 기억될 공공임대주택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크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