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대화에 대한 ‘플랜B‘ 준비를 
[사설] 북미대화에 대한 ‘플랜B‘ 준비를 
  • 신아일보
  • 승인 2019.12.18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한 길에서 ‘빈손’으로 일본으로 출국한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귀국일정을 바꿔 19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방한 중이던 지난 16일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면서 북한에 회동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북측의 답을 얻지 못하고 17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비건 대표가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길에 나선 것은 ‘연말시한’을 제시해놓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북한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 전에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다음날 비건 대표의 ‘중국급파’ 뉴스가 타전된 것도 의미가 있다. 중국의 북한제재 이탈 움직임을 차단하고 ‘중국역할론’을 고리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최근 북한이 폐기를 약속했던 동창리에서 발사체 시험 채비를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제재는 시작에 불과하며 전 방위적 압박전략이 재가동 될 것이라는 행정부 관계자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의 강대강 대결을 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비건 대표가 이번 방한 중에 ‘미국은 연말이란 시한을 정한 적이 없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는 있다’고 발언이 그 뜻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탄핵의 격랑에 휩싸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고의 외교치적인 대북성과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성과는 내년 초부터 치러질 대통령 재선 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이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에 달렸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 선 문 대통령이 마냥 북한과 미국의 ‘협상 줄다리기’만 바라볼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새로운 길을 선언할 경우, 우리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남북 간 철도?도로협력이 ‘비상업적 공공인프라 사업’임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 현 단계에선 북미 간 대화가 조속히 재기돼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론적으로는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북미 대화에 대한 ‘플랜B’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중재자나 촉진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제 근본적인 전략 수정까지도 고민해야할 때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