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문재인 정부는 어떤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가? 
[신아세평] 문재인 정부는 어떤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가? 
  • 신아일보
  • 승인 2019.12.02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수 시장경제포럼 대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나 이제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 반 동안 대통령 말씀대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좋든 싫든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정체성과 핵심이 무엇인가에 따라 평가될 일이지만, 불행하게도 2년 반이 지난 지금 상당수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좋게 해석해보면 나라의 기본부터 잘못된 것을 깡그리 뜯어고치자는 것 같은데, 보통의 국민이 체감하는 것들은 편가르기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의 정치보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대통령이 말씀하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어떤 모습인지를 속 시원하게 밝혀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해방 이후 역대 어떤 정부를 막론하고 대통령은 재임 중 한두 가지 역사에 기록될만한 업적을 남겼다. 그래서 역사에서는 그 업적들을 가지고 그 정부의 특징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이승만 정부는 건국, 박정희 정부는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 전두환 정부는 경제 안정과 88 올림픽 유치, 노태우 정부는 북방 외교,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 도입 등 민주화, 김대중 정부는 수평적 정권교체와 외환위기 극복,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참여와 인권 신장,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언뜻 떠오른다, 

하다못해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의 경우, 역대 문민정부도 손을 못댄 전두환 비자금 강제집행이라든지 공무원 연금을 개혁함으로써 어떤 정부보다 더 개혁을 한 개혁정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기 반환점을 찍은 문재인 정부는 어떤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할까?    

얼마 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조배숙 의원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며, 가장 잘못한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노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잘못한 일은 없는 것 같고, 가장 잘한 일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라 답하였다.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가장 잘한 일이 한반도 내에서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게 만든 것이라는 인식은,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기조연설에서 밝힌 대북 화해 정책을 통한 평화경제론과 맞물려 아마도 문재인 정부가 역사에 기록되고 깊어하는 핵심 키워드로 삼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 본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이 완전하게 사라졌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개최된 3차레의 남북정상회담과 후속 조치인 9.19 군사합의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으며, 그것이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이 완전하게 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앞세워 한미군사훈련까지 중단하면서 올림픽 공동개최니 탈북민 강제 북송이니 하는 대북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데 반해, 김정은은 금강산 관광 시설물의 강제철거 지시를 하는가 하면, 수시로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실험을 자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해 NLL 인근 무인도를 군사기지화 하는 등 9.19 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업적으로 자랑하고 싶어하는 한반도 전쟁 위협 소멸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평화경제론 역시 소득주도 성장론과 함께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어떤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경수 시장경제포럼 대표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