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AI 예방효과 '오리 사육 휴지기제' 확대·실시해야
[기고 칼럼] AI 예방효과 '오리 사육 휴지기제' 확대·실시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9.11.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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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 예방을 위해 2017년부터 ‘오리 사육 휴지기제(이하 휴지기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휴지기제는 AI 발생이 철새로부터 오리, 닭의 순서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가을철 미리 도축한 오리고기를 비축하는 한편, 겨울철인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동절기 동안에 오리 사육을 중단하고 이에 따른 보상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시행 대상은 크게 △최근 5년 이내 3년 동안 2회 이상 발생농가 또는 반경 500미터(m) 이내 농가 △최근 3년 이내 1회 이상 발생농가 △밀집사육지역 내 또는 철새도래지 500m 이내 농가 △지자체 방역수준 평가결과 미흡농가 등 발생위험이 높은 농가다.

보상단가는 육용오리는 마리당 873원, 종란은 개당 600원 수준이다. 육용오리의 경우 동절기 마리당 평균 순수익의 80%를 기준으로, 종란은 병아리 단가의 50% 계산으로 책정한다.  

휴지기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고병원성 AI에 따른 국내 피해는 무척 컸다. 

본격 적용되기 직전인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6개월가량 AI가 383건 발생해 3787만마리의 가금류를 땅에 묻는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살처분의 대부분은 가금류가 산채로 땅에 묻히는 끔찍한 불법 생매장(生埋葬)이었다. 

또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I 발생으로 정부가 국비로 농가에 지급한 보상금 규모만 7000만 마리, 2조1917억원에 이르며 매년 약 3000억원이 살처분 비용으로 지출됐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피해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자 정부는 2018년 2월에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AI 피해 최소화 차원에서 2017년 11월부터 오리농가 사육제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오리 휴지기제가 도입된 2017~2018년 동절기에는 AI 발생이 22건으로 크게 줄었고, 2018~2019년에는 발생 자체가 ‘0’이었다. 

실제 휴지기제에 대한 정책 연구용역 결과, 오리 사육제한은 AI 전파차단 등 방역에 효과적이며 가금산업의 경제적 손실 감소에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2019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는 AI를 예방하는 오리 휴지기제를 정부혁신 우수 사례로 선정해 포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오리 사육은 닭보다 현저히 적지만, AI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오리 사육농장 수는 닭의 약 18% 수준이지만, 2014년 이후 발생한 AI 834건 중 절반이 넘는 56%(466건)가 오리로 인한 발생으로 나타났다. 닭과 비교해 위험성이 더욱 높다는 의미다. 

때문에 휴지기제가 제대로 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전국 오리 사육농가의 최소 70% 이상에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참여농가가 줄어들면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현재 오리농가의 축사형태는 대부분 비닐하우스로 방역에 취약하다. 또, 오리는 AI에 걸려도 별다른 임상 증상이 없지만 다량의 AI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AI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을 통해 휴지기제 적용 농가를 전체 오리 사육농가의 70%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철새 도래지나 1회 이상 AI 발생지역, 사육밀집지역, AI 발생 인접지역, 하천 주변 등을 중심으로 휴지기제를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지역들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해 가금류 사육제한 명령을 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AI는 한번 발병하면 국가와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AI의 강력한 예방효과를 가진 휴지기제가 AI 발생의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자 방역이라는 점에서 국가와 지자체는 휴지기제를 적극적으로 확대·실시해야 한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