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여야 3당 원내대표에 “한미동맹 재정립 필요하다”
비건, 여야 3당 원내대표에 “한미동맹 재정립 필요하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1.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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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힘든 협상 될 것… 부유한 한국, 방위비 더 내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사진=AFP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사진=AFP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이번 한미 방위비 협상은 어렵고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미 의회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21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비건 부장관 지명자와 면담한 후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맡아온 비건 부장관 지명자가 한미동맹 등을 들며 결국 방위비 증액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나 원내대표는 “비건 대표가 1950년 이후 ‘한미동맹의 재생(renewal)’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는 방위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방위비 협상은 새로운 동맹의 틀에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비건 지명자는 이번 방위비 협상에 대해 과거의 협상과는 다른 어렵고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건 지명자가 “한미동맹이 6·25 이후 60년 넘게 지났지만 왜 한반도에는 여전히 평화가 있지 않고 극단적 대치 상황인지 근본적 문제의식 있다”며 “앞으로 역할 분담은 미국 혼자만의 역할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오 원내대표는 전했다.

방위비 증액과 한미동맹을 같이 언급한 비건 부장관 지명자의 이러한 발언은 한국을 향한 방위비 증액 요구가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한 게 아니라, 한미동맹 관계를 큰 틀에서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요구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비건 지명자는 상원 인준회에서 "한국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지만 무임승차는 안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이 이제는 부자나라가 된 만큼 방위비 분담에서도 더 큰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한 바 있다. 이날 아툴 케샵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도 “미국이 수십년 간 세계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며 “1950년대와 2019년의 한국은 굉장히 다른 환경이다. 방위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도 없는 한국의 고속철도, 의료보험 등을 들며 한국이 자국민을 위해 이뤄놓은 게 많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국이 발전한 만큼 그에 따른 방위비 증액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동맹을 이유로 증액을 피하는 건 옳지 않다는 속내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방위비 증액을 주문한 미 인사들에게 3당 원내대표들은 “큰 상황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하고 무리한 일방적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의 정신에 기초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바탕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 협상이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별히 비건 부장관 지명자에게는 “부장관이 되면 한미동맹이 더 튼튼해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들은 방위비 문제와 연동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비건 지명자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나 원내대표는 “동맹을 가치의 동맹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계산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며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언급이 나온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