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소미아, 미국의 중간자 역할 기대
[사설] 지소미아, 미국의 중간자 역할 기대
  • 신아일보
  • 승인 2019.11.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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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10여일 앞으로 닥쳐왔다. 지난 8월23일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담은 공문을 일본에 전했고, 90일이 경과하는 11월23일 0시를 기해 협정 효력이 종료된다.

당초 일본 정부가 먼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며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강화했고, 우리 정부도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물론 지소미아 유지를 원하는 미국의 중재 또는 개입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미국은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한일 갈등은 양국이 해결할 문제라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이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지난 6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협정 종료결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한국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 정부도 원칙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변화의 기본 전제가 돼야 할 일본측 수출규제 조치 철회가 아직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입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시간에 해법을 찾기 어려우니 종료일을 몇 개월만이라도 뒤로 미뤄 시간을 벌어보자는 ‘연기론’을 제기한다. 일단 협정을 종료하고 해법을 찾으면 다시 체결할 수도 있겠지만 아예 종료가 되면 해법 찾기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정부가 협정 종료 시점을  늦추는 결정을 끌어낼만한 명분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보여준 일본의 태도를 볼 때 이런 전향적인 자세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한미 방위비 분담과 지소미아 연장 등 한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번 주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메시지도 주목된다. 그는 오는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불과 일주일여 남기고 한국을 찾는 것이라 해법 모색을 위한 한미 간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한미일은 막판까지도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싸고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선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한데, 한국이 러시아와도 맺은 안보협력의 가장 초보적 수준이랄 수 있는 지소미아를 일본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한일 당사국들 보다는 중간자격인 미국의 역할이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이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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