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대신 기도 세리머니… 손흥민의 '품격'
환호 대신 기도 세리머니… 손흥민의 '품격'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1.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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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세리머니 주목… '고메스에게 바친 득점'
손흥민 "힘든 시간 보내… 사고 정말 미안하다"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를 보도한 영국 일간지 더선. (사진=더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를 보도한 영국 일간지 더선. (사진=더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손흥민은 골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대신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였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붐'의 기록을 넘어선 손흥민(27·토트넘)은 기뻐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7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날 75분간 그라운드를 뛴 손흥민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토트넘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에 이어 후반 16분 연속골을 터트렸다.

이날 경기로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개인 통산 121골)을 넘어 한국인 유럽프로축구 통산 최다 골 신기록(개인 통산 123골)의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역사적인 순간에 엄청난 기록보다 빛났던 것은 손흥민의 품격이었다.

손흥민은 최다 골 신기록을 세우고 난 뒤 기뻐하는 세리머니 대신 담담한 표정으로 잠시 두 손을 모았다.

이는 자신의 태클로 인해 심하게 다친 안드레 고메스(에버턴)의 쾌유를 빌기 위함이었다.

그는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과 원정 경기에서 고메스에게 가한 백태클로 논란이 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시 고메스는 손흥민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토트넘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해 오른 발목을 심하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눈앞에서 고메스가 다치는 광경을 지켜본 손흥민은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고, 퇴장 명령을 받고 라커룸에 들어가서도 괴로워했다.

손흥민의 마음은 짐은 토트넘측이 손흥민의 퇴장은 과한 판정이라며 항소하고,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항소를 받아들여 레드카드를 철회하면서 그나마 덜어졌다.

경기 후에도 손흥민은 고메즈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BT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며칠 동안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이번 사고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만 나는 팀에 집중하고 더 열심히 뛰어야만 한다. 그것이 나를 응원해 준 분들에 대한 올바른 보답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세리머니와 인터뷰에 외신과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손흥민의 세리머니에 대해 "손흥민이 즈베즈다를 상대로 넣은 두 골 가운데 첫 번째 골을 끔찍한 부상을 당한 고메스에게 바쳤다"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도 "손흥민이 첫 득점에 성공한 뒤 고메스에게 사죄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자신 때문에 다친 고메스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BT스포츠 해설자인 개리 리네커는 개인 SNS에 "손흥민이 슈퍼골을 터뜨렸고, 카메라 앞에서 미안함을 표했다. 고메스를 향한 것같다. 잘한 행동"이라고 적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SNS 역시 '손흥민이 첫골 이후 보여준 세리머니는 에버턴 미드필더 고메스에 대한 사과로 보인다.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라고 평가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