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관리공사, 갑질 피해자 실명 온라인에 노출 '황당'
[단독] 건설관리공사, 갑질 피해자 실명 온라인에 노출 '황당'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1.0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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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세우랬더니 되레 2차 피해 유발
실명 노출 '내부감사 보고서' 인터넷 공시

건설관리공사가 최근 신고된 '직장 내 갑질' 관련 민원에 대한 내부감사 결과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실명을 그대로 노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공사 감사실은 사장 직접 조치사항으로 '철저한 2차 피해 방지'를 지시했지만, 건설관리공사는 스스로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일 한국건설관리공사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한 내부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관리공사 감사실은 지난 9월10일부터 10월16일까지 경영관리처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실은 건설관리공사 홈페이지 내부공익 신고센터로 접수된 직장 내 갑질(괴롭힘) 신고와 관련해 사실 여부를 확인·조치하기 위해 이번 감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본지 취재 과정에서 건설관리공사 감사실이 알리오에 공개한 보고서에는 갑질 피해자 이름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갑질 신고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피해자 이름을 익명 처리하지 않고, 노출한 것이다. 건설관리공사에 확인한 결과 보고서에 노출된 이름은 피해자가 맞았다.

감사실은 이번 감사와 관련해 건설관리공사 사장이 직접 조치해야 할 사항으로 '피의자의 피해자 2차 피해방지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세워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런 결론을 담은 보고서가 피해자 실명을 담은 상태로 온 국민에 공개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2차 피해를 적극적으로 방지해야 할 공사가 오히려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 건설관리공사는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며, 문제를 인정했다.

건설관리공사 관계자는 "보통 (피해자) 실명을 거론 안 하는데 편집 과정에서 그 부분이 누락된 것 같다"며 "시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또, 2차 피해 방지 계획에 대해서는 "처분 결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있어서 인사팀에서 전 직원을 상대로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관리공사 내에서 부서를 옮겨 근무하게 된 A 씨는 새로 일하게 된 부서팀장으로 부터 수개월에 걸친 괴롭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발령 첫날부터 부서 직원들의 개인 컵을 세척 및 관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B 팀장이 본인에게 "타 부서에서 낙오된 피해자를 내가 데려왔으니, 열심히 해야 하고 대신할 여직원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이후에도 B 팀장이 "부서장이 내가 말만하면 다 들어준다"며 인사권을 남용하는 발언을 했으며, "일하기 싫은 표정"이라는 식의 비하 발언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B 팀장은 "새 업무를 빨리 배우고 집중하라는 의미의 얘기로 했다"고 감사실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건설관리공사 감사실은 '임직원 행동 강령' 제4조에 근거해 B팀장에게 '주의(경고)' 조치 할 것을 권고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