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지역밀착형 재난방송이 시급한 이유
[기고 칼럼] 지역밀착형 재난방송이 시급한 이유
  • 신아일보
  • 승인 2019.10.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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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 CJ헬로 보도담당
 

“집이 2분 만에 침수되고 온 집안에 흙탕물이 들어와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119 신고해도 전화도 안 받고 저는 비바람에 부엌문에 머리 부딪치고 무릎 다치고….”

다급한 어조의 문자 메시지가 CJ헬로의 카톡 제보 채널인 ‘제보 25’ 창을 통해 올라온 건 개천절 새벽 12시30분쯤이었다. 목포에 상륙해 대구 쪽으로 향하던 강력한 태풍 ‘미탁’은 창원과 통영 일대에 물난리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 같은 다급하고 긴박한 내용의 제보는 영상과 함께 전날 밤부터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천장이 무너져 내려서 119 아저씨도 얼굴 다치시고 천장이 자동차 위로 떨어져서 자동차도 다쳤네요.”(익명 제보자)

“무릎까지 물이 차고 차가 운행 중에 침수돼 연기가 납니다. 여기 마산 해안로예요.”(박00 제보자)

CJ헬로 경남방송과 가야방송은 이렇게 순식간에 물에 찬 도로와 주택의 피해 현장을 담은 제보 영상을 특보를 통해 온에어 했다. TV는 물론 유튜브에도 동시 생방송했다. 페이스북에도 해당 제보 영상을 업로드해 다급한 상황을 온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알렸다. 창원 시내에 있는 한 아파트 계단과 지하 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제보 영상은 2만9000명이 조회했다. 충격을 금치 못하며 안부를 묻는 등의 댓글이 500개나 달렸다.

비슷한 시각 강원도 삼척에서는 시간당 19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 침수는 물론 산사태까지 발생했다. 미탁은 밤사이 한반도 남서쪽에서 동북쪽으로 관통하면서 국토를 거칠게 할퀴었다. 무너져 내린 토사와 급류가 집과 사람을 덮치면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4명은 여태 생사를 알 수 없다. 침수피해를 입은 주택과 농경지가 3200여곳, 재산 피해만도 2000억원에 달했다.

태풍 ‘미탁’의 관통은 예견된 일이었다. 2일 밤 목포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에 CJ헬로 지역채널은 평상시처럼 특보 준비에 돌입했다. 호남미디어국(호남, 아라, 전북방송)을 시작으로 충남미디어국, 부경미디어국(부산, 경남, 가야방송), 경북미디어국(대구, 신라, 영남방송) 그리고 강원미디어국의 영동방송 등 총 11개 SO(지역 케이블방송사)와 상암동 본부에서 총 백여 명이 투입됐다.

현장에 투입된 취재팀은 위험을 무릅쓴 채 거센 바람과 물 폭탄을 맞아가며 현장 상황을 알리느라 안간힘을 썼다. 지역에 흩어진 스튜디오와 부조정실의 제작진도 밤을 하얗게 샜다.

2일 낮 3시 특보와 저녁 7시 특보 그리고 태풍이 동해로 빠져나간 3일 아침 7시까지 각 지역별로 총 25차례의 태풍특보가 방송됐다. (충남 3, 호남 7, 경북 7, 부경 8회)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린 건 취재진뿐만이 아니었다.

“애들은 방에 자고 있었는데 계속 물이 들어오니까 대피도 못하고 밖에 계속 비가 오고 강풍이 불어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거예요. 불안해서 새벽에 잠도 못 자고.”

주택 거실은 물론 침실과 화장실까지 흙탕물이 가득 들어찬 제보 영상을 보내준 통영의 한 50대 여성 제보자는 이렇게 직접 전화로 특보에 참여해 침수 상황을 생생하게 알렸다.

카톡으로 접수한 제보는 모두 275건. 수만 건의 제보가 쏟아지는 KBS나 YTN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되지 않은 양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결코 모자라지 않는 소중한 제보였다. 특히 제보자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해줌으로써 의미를 더했다.

특보에는 재난 전문위원과 시민기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태풍 ‘타파’ 특보 당시에는 80회의 전문가, 시민기자 참여가 이뤄졌다. 심야 취약시간대였던 ‘미탁’ 특보 때도 60차례나 시민들이 협조했다. CJ헬로가 추구하는 시민과 함께 하는 재난방송이 기틀을 잡아가는 방송이었다.

CJ헬로 지역채널 재난방송은 이처럼 지역밀착형이면서 수용자 친화적인 차별화된 방송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165만 시대에 걸맞게 외국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는 영어에서 중국어, 베트남어로 확대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방송도 실시됐다. 소외된 외국인, 장애인들을 배려한 재난방송이다.

케이블 TV 지역채널의 재난방송은 지상파, 특히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와 차별화해야 한다. 거대 자본과 인력을 갖춘 KBS처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지자체의 방재센터에 설치된 CCTV 모니터를 비추며 지역 곳곳의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지역의 많은 시민들로부터 직접 상황을 듣고 더 지역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특히 지상파가 다루지 않는 국지적 재난에 강하다. 지난 4월 강원 산불 특보가 좋은 사례이다. CJ헬로 지역채널은 당일 그 어느 방송사보다도 빨리 강원 산불의 심각성을 알리며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촉구했다. 당시 특보는 사흘 연속 46시간 연속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국가재난에 소홀히 대응했던 KBS가 비난의 화살을 맞았던 것은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컨트롤 타워의 부재와 더불어 재난의 범주에 산불은 빠져 있었던 탓이었다.

CJ헬로는 재난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재난의 경우에는 재난방송-구호활동-모금 방송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대응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재난방송은 다국어 자막 서비스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이처럼 재난방송에 힘을 쏟는 이유는 지역사회의 공익이라는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지킴이 역할은 우리에게 주어진 필수 과제이다.

이런 역할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케이블 TV 지역채널이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한 방송 제작에 애를 쓰고 있음에도 지역 방송발전지원 특별법에서 정한 지역 방송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이다. 이 때문에 방송발전 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39개 지역 지상파 방송에만 주어지는 지원을 케이블 TV 지역채널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재난방송은 한층 진화, 발전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을 보태는 지역밀착형, 맞춤형 재난방송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윤경민 CJ헬로 보도담당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