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세계 13위, 경제 규모 12위인 대한민국은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그동안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매년 ‘노벨상 시즌’만 되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등 과학분야에 이어 10일에는 문학상, 11일에는 평화상, 14일에는 경제학상 수상자가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일본은 또 한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미국의 존 구디너프(97)와 영국 스탠리 휘팅엄(78), 일본 요시노 아키라(71) 등 3명의 화학자를 2019년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일본은 총 25명의 노벨상 수상자 보유국이 됐다.
노벨상 발표 시즌이 돌아왔지만, 올해도 우리는 박수만 쳐야하는 상황이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마다 과학기술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창의적인 기초 과학을 육성하고, 인재 중심 연구 문화 조성'이라는 똑같은 말만 되뇌어 왔다.
지난 7월 초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수 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수년 전에도 이런 대책은 나왔지만 제대로 시행된 적은 없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특수를 누렸지만, 소재·장비를 개발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이라면 제자리 걸음 대책이라고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년 30년 아니 100년 이후를 내다보는 체계적인 지원 대책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빨리 빨리" 단 기간에 성과를 요구하는 현 풍토에선 노벨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는 1972년 화학기업인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한 뒤 40년을 넘게 재직하면서 연구에 매진해 왔다.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요시노는 “호기심이 연구의 주요한 원동력"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는, 즉 묵묵히 한 가지 연구 주제만을 파고 든 과학자들이다.
특히, 그동안 국내 경제발전을 위해 응용과학에 치중했다는 점도 문제다. 다양한 분야로의 활용이 가능한 기초과학은 장기간의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편견이 지배적이지만 실제적으로 도입되면 그 효과와 파괴력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과학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혁신적 과학자의 위대한 발견을 지원하는 것이 인류에 공헌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제 경쟁력 강화와 다음 세대의 새로운 씨앗이 되어 줄 미래의 과학자 육성과 연구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신아일보]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