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툰베리 효과’ 한국의 선택은?
[신아세평] ‘툰베리 효과’ 한국의 선택은?
  • 신아일보
  • 승인 2019.10.07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지난달 23일 전 세계 정상들이 참가해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유엔(UN)기후행동 정상회의에 10대 어린 소녀가 참석해 격정적인 연설을 쏟아냈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연설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의 책임이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녀는 생태계 전체가 파괴되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도 세계 지도자들은 돈과 경제 성장만을 추구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툰베리의 행동주의 환경운동은 전 세계 10대 학생들에게 영감을 일으키면서 어른들에게 ‘행동하라’는 캠페인이 유럽과 미국에서 퍼져 새로운 용어 ‘그레타 툰베리 효과’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나 툰베리의 소망과는 달리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그룹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환경보호단체들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청정에너지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환경보호 분야에서 앞선 기술과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반대하는 강력한 이익단체가 없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쉘, 프랑스의 토탈, 영국의 BP 등 대형 정유 업체들이 북해의 석유자원 고갈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 억제를 통해 형성되는 탄소금융(Carbon Finance)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석유자원의 포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 

한편,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강제성을 가진 협약이 채택되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자체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진국으로부터 돈을 주고 기술을 사올 수밖에 없는데 그럴만한 자금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유럽 및 미국 정부를 비롯한 기업들은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생산된 개발도상국 기업제품에는 환경상계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국제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에서는 이산화탄소 감축 기술이 모두 민영기업의 소유이고 지적재산권 침해의 문제와 자금지원 문제 등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기술지원 약속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라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환경정책은 대기 및 수질오염물질의 역내 국가 간 이동 및 지중해, 북해 등 환경자원에 대한 공동소유 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환경공동시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 내 대부분의 호수와 강은 다수의 국가를 인접하거나 관통하고 있으며 공동폐수 방류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국가 간 다른 수준의 환경규제 기준의 적용은 국가 간 산업 경쟁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회원국 간 공정한 산업경쟁력 확보, 청정기술의 공동연구, 중복투자 방지 등을 위해서도 공동 정책의 추진이 필요했다. 대기오염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자동차 배기가스 제한, 자동차 연료 성분의 규제, 사업장 배출가스 규제, 산성화 방지대책, 납,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규제, 성층권 오존층 보호, 기후변화 대책 등에서 결국 공동의 지침을 마련했다. 특히 기후변화 대책 등에서 공동의 의정서를 채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이 여러 나라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회원국들은 공동의 지침을 마련했고 유엔 기후협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엔기후협상에 참석한 국가는 보통 세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유럽연합이고, 또 하나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친미 성향의 국가이며, 나머지 하나는 개발도상국들이다. 이들이 모두 자국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유엔 기후회의가 열릴 때마다 논쟁은 피할 수 없다. 한국의 2017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910만톤으로, 1990년 이후 연평균 3.3%씩 증가했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도 7억2000만톤 이상이었다. 특히 에너지 분야가 전체 배출량의 87%를 차지해 1990년 대비 2.6배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통해 세운 목표 배출량보다 연도별 2.3~15.4% 초과 배출했다. 초과 배출율도 2014년 4.9%, 2016년 11.5%, 2017년 15.4%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필요하면 사고팔면 된다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툰베리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발전과 환경’ 사이의 갭이 너무나도 크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