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접 검찰개혁 방안을 요구하면서 조국 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른바 ‘조국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나달 30일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법무부 첫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윤 총장이 직접 검찰개혁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달 27일 검찰권 행사방식과 수사관행 등에 대한 개혁을 주문하며 사실상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지 사흘 만에 다시 나온 조치여서 의미가 깊다.
지난 주말 서초동에서 타오른 ‘검찰개혁’ 대규모 촛불집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원동력인 광화문 촛불을 빼닮은 서초동 촛불집회는 주최 측에서조차 참가 인원에 놀랄 만큼 많은 민주시민들이 운집해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촛불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여야는 서로 다른 숫자를 내놓고 의미를 축소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야당의 공세에 눌려있던 여당은 모처럼 만난 우군의 지원에 반기는 표정이고, 적지 않게 당황한 야당은 애써 집회규모를 줄이면서 10월3일 예정된 개천절 집회에 150만명을 끌어 모으겠다고 벼르고 있다.
개혁을 요구받은 검찰도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에게 ‘검찰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란 제목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는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촛불은 지난날의 촛불과 내용과 온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여당과 야당이 아전인수 격으로 자기 진영의 유·불리에 따져 얘기할 성격이 아닌 것이다. 이번 촛불은 최순식-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한 들끓는 민심의 상징이던 그 촛불과는 다르다. 당시의 촛불은 가려졌던 적폐와 부정부패가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정치권이나 언론이 합세해 증폭되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촛불은 시민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현장에서 행동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워진 힘을 얻었다. 특히 여당조차 눈치 보기 급급했고 대부분의 언론도 단독경쟁 등에 빠져 다른 대척점에 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위력이 더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밝혀진 촛불은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날의 촛불이 진보와 보수의 대립각이나 진영의 논리가 깊게 드리워졌다면 이번 촛불은 부정한 기득권에 대한 심판이며 민주적 통제 안에서의 검찰개혁을 희망하고 있다. 문 대통령 말처럼 ‘모든 국민 앞에 겸손한 국가 공권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