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도 가향 전자담배 퇴출…국내 진출 업체들 비상
워싱턴도 가향 전자담배 퇴출…국내 진출 업체들 비상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9.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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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폐렴 등 폐질환 증세만 805건 보고…사망자 13명
국내 당국, 액상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세금 체계 개정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 가향 전자담배(달콤한 맛이나 향을 더한 전자담배)를 피운 뒤 폐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판매금지 조치가 뒤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전자담배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도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워싱턴주(州)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가향 액상 전자담배의 판매를 전면 중지했다.

미국 내 가향 전자담배 판매금지는 샌프란시스코시(市)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이어 미시간주와 뉴욕주도 보건당국에 가향 전자담배 판매금지를 지시했다.

미국에서 가향 전자담배 퇴출 바람이 부는 것은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자담배 흡연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폐질환 사례는 총 805건으로 사망자만 13명에 달한다.

폐질환 발생 원인으로는 대마초 추출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과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지목된다.

여기에 일반 담배에 비해 냄새가 덜한 제품 특성상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가향 전자담배 퇴출 분위기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주 보건당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10.5%였던 고등학생 흡연율은 2018년 27.4%로 급증했다.

미국에서 전자담배 보이콧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한국에 진출한 전자담배 업체들도 영향권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 5월 쥴랩스 진출 이후 KT&G가 가세하면서 전자담배 격전지로 부상해 한 달여 만에 610만팟(갑)이 판매됐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를 내린 데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가 각각 성분 분석, 유해성 연구에 나서면서 전자담배 업체의 입지가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일반 담배보다 세금 부담이 적은 전자담배 과세 기준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 니코틴 카트리지(팟) 1개에 부과되는 세금과 부담금이 일반 담배의 43.3% 수준인 1261원인데 연구용역을 거쳐 이를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고, 국내선 정부가 관련 규제와 과세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전자담배 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진출한 담배업체는 세금이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이익이 커질 수도, 판매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며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 위해성 논란이 불거진 데다 당국까지 나서면 전자담배 업체가 입을 타격이 작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