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내딛는 한 발은 미래를 위한 첫 발이란 말이 있다. 인류는 위대한 업적들로 문명과 사회·과학을 발전시켜왔다. 때로는 전 인류에게 희망을 선사했지만 때로는 극한 좌절을 안기기도 했다. 과거 역사는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는 미래의 모습을 결정지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각자 처한 상황과 국제정세 속에서 맞물린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국제사회에서 서로 다른 정치·경제적 셈법에 따라 얽히고설켜 답보상태에 놓였다. 한·일 갈등은 오히려 과거로 회기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경제는 어떤가. 미·중 무역전쟁 사이에서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고 막연히 낙관하기에는 불편한 징후가 너무 많다. 여기에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창궐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양극화 해결이나 사회정의 같은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정도다. 중·장기 계획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계획들에는 허점이 군데군데 보인다.
역사적 위기마다 우리는 민초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 왔다. 설령 정치가 민초들의 숭고함에는 발뒤꿈치에도 못 미칠지라도 매번 그래왔다. 위대한 역사적 순간마다 정치인들이 걸어가는 발자취에 따라 시대상이 그려지는 것 같지만 결국 이면에는 항상 이름 모를 그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는 정치적 반목이 만들어내는 국민적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다. 공권력의 정수에 자리한 검찰의 개혁을 놓고 조국 법무부장관이라는 변수가 이 사회에 던진 화두는 과연 무엇일까.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8차선 왕복도로는 ‘검찰 개혁’을 외치는 인파로 가득 찼다. 주최 측 추산으로 15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조금 덜어 낸다고 해도 결코 적을 수가 아니다.
그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신설’ 같은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강력히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에 가득 찬 불신과 갈등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대상이 되는 검찰과 정치인들은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대중의 목소리가 커질 때 그 역시 또 다른 권력으로 작용해 시대적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리의 목소리가 혹시 갖은 악재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 추구에 대한 다른 형태의 발로는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은 ‘검찰 개혁’ 대 ‘조국 사퇴’라는 갈등의 틀 안에 정국이 갇힐 때가 아니다.
특히 정치권은 현 상황을 권력의 쟁취나 유지의 도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어디선가는 다가오는 ‘총선’에 또 어디선가는 ‘권력의 편협함’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