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보사 후폭풍 ⑨] 식약처·코오롱 뭐하나…환자는 ‘벙어리 냉가슴’
[기획-인보사 후폭풍 ⑨] 식약처·코오롱 뭐하나…환자는 ‘벙어리 냉가슴’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9.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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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15년 장기추적조사에 “환자 개인정보 없는 코오롱 조사는 어폐”
“추적관찰 돕는다” 한 발 빠진 식약처 두고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 중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에 대한 장기추적조사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보사 투여환자들에 대한 15년간의 장기추적조사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고, 환자들의 불만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6월5일 인보사 투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 인보사 투여환자들에 대해 장기추적조사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우선 인보사 처방이 이뤄졌던 전국 병·의원을 통해 투여환자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약물역학 웹기반 조사시스템에 등록했다. 최대 3014명으로 추정되는 투여환자 중 75%가량인 2261명이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등록은 오는 10월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연내에는 병·의원 방문 검사를 통해 전체 투여환자에 대한 종양 발생 여부 등 1차 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후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인보사 투여에 따른 이상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15년간의 조사에선 투여환자에 대한 문진과 무릎 엑스레이 촬영, 혈액·관절강에서의 유전자 검사 등이 이뤄지게 된다. 구체적인 조사 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큰 틀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조사 주체가 되며,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지원 업무를 맡는다.

상황은 이렇지만, 투여환자들 사이에선 장기추적조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여환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아닌 식약처가 조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이 환자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식약처가 나서야 한다는 게 골자다.

투여환자 A씨는 이달 8일 법무법인 오킴스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환자들) 정보를 갖고 있는 쪽은 식약처인데, 내 연락처도 모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조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에 사인해서 보낸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왜 아직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여환자 B씨는 “조사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니 답답하다”면서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과)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언제쯤 조사가 이뤄질지는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업계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장기추적조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투여환자를 특정하고, 이들의 정보에 접근하는 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최근 병원을 수소문하며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추적조사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환자들 비판이 나오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장기추적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코오롱생명과학과 협의 중의며, 현 단계에선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자 개인정보와 관련해선 절차에 맞게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장기추적조사에 필요한 환자 정보 수집은 코오롱생명과학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식약처의 역할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조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보사 투여환자 공동 소송을 대리하는 엄태섭 변호사는 식약처가 실질적인 추적관찰을 담당하거나,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환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 변호사는 “식약처가 장기추적조사 주체를 맡거나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한 뒤 코오롱에 환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당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