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장신은 초 양왕(襄王)에게 사치하고 음탕해 국고를 낭비하는 신하들을 멀리하고, 왕 또한 사치한 생활을 그만두고 국사에 전념할 것을 충언했다. 그러나 왕은 오히려 장신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쫓아내버렸다. 장신은 결국 조(趙)나라로 떠났고, 그 후 5개월 뒤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해 양왕은 성양으로 도망가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양왕은 그제야 비로소 장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닫고 조나라에 사람을 보내 그를 불러들였다. 양왕이 이제 어찌해야 하는지를 묻자 장신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옛말에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未爲晩也亡羊而補牢未爲遲也)’고 했습니다. 옛날 탕왕과 무왕은 백 리 땅에서 나라를 일으켰고, 걸왕과 주왕은 천하가 너무 넓어 끝내 멸망했습니다. 이제 초나라가 비록 작지만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기우면 수천 리나 되니, 탕왕과 무왕의 백 리 땅과 견줄 바가 아닙니다” 위 이야기는 망야보뢰(亡羊補牢)라는 사자성어의 유래로서 중국 전한시대 유향이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집필한 전국책(戰國策)에 기록돼있는데,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지만 다시는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코링크PE 사모펀드 관련성에 대한 의혹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가 건전한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비리의 근원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사모(私募)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영하는 펀드(우리나라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은 49인 이하의 특정한 소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로 정의함)인데, 해외 사모펀드인 론스타펀드가 2012년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사모펀드는 ‘먹튀펀드’라는 안 좋은 기억이 있던 차에 이번 코링크PE 사모펀드 스캔들로 인해 ‘부자들 특혜 펀드’라는 이미지를 더하게 됐으니 사모펀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자금사정이 나빠진 AB인베브가 시장에 내놓은 OB맥주를 2008년 사모펀드 KKR이 인수했는데, 사모펀드 KKR은 영업비나 인건비, 설비투자비, 연구개발비를 모두 제하고도 남은 사내 현금을 매년 1600억원씩 배당하면서도,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와 개선된 영업활동으로 국내 맥주시장 1위를 달성해 인수 5년 만인 2013년에 처음 인수가 보다 400% 더 높은 가격으로 AB인베브에 재매각 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모펀드는 기존의 보수적인 회사 운영진들보다 기업 가치를 올려서 팔아야 된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 상승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결국 회사를 혁신시켜서 더 나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좋은 계기를 만드는 기업의 재활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수익 외에 다른 사적 이해를 쫓지 않는 사모펀드 성격상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등 투명경영을 추구함에 따라 선진 기업경영 모델 도입에 있어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금융전문가들과 전문경영인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해 시장 친화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고용 창출의 기회를 확대 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사모펀드는 2019년 3월 기준 75조원의 규모로 운영되면서 기존의 전통 금융기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자금이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100억원 짜리 사모펀드 하나가 사모펀드 전체 이미지를 바닥까지 끌어내려 안타깝긴 하지만 이번 코링크PE 사모펀드 사태는 규제완화에만 치우치고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사모펀드를 만들면서 마음먹기에 따라 본연의 투자 목적보다 불법 증여, 우회 지분 취득, 지배구조 왜곡 등의 목적으로 사용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2011년 서민들 가슴을 아프게 했던 저축은행 사태도 결국 규제완화에만 관심을 가지고 이에 상응하는 제제에 대한 강화를 게을리 해서 벌어진 것이다.
정책당국은 사모펀드가 건전한 ‘모험자본 통로’로 유지되길 바란다면 망양보뢰(亡羊補牢)의 고사처럼 규제완화로 인해 급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에 불안요소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 사모펀드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또 다시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