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경쟁…‘식은 밥맛’ 개선이 관건
편의점 도시락 경쟁…‘식은 밥맛’ 개선이 관건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9.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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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위주 메인 반찬에 장어·고등어 등 수산물도 도입
위생·품질 우수하지만…하루 한번 배송 시스템이 해법
수도권의 한 편의점 내 도시락 매대. (사진=신아일보DB)
수도권의 한 편의점 내 도시락 매대. (사진=신아일보DB)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다양화한 메뉴의 도시락을 내놓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갓 지은 밥맛 구현에는 애를 먹고 있다. 우수한 품질의 쌀을 사용하지만, 유통 과정에서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완전 조리한 쌀을 차갑게 식히기 때문이다. 편의점 도시락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는 가운데, 식은 밥맛을 개선해야 경쟁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 3사의 올해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CU는 외식사업가 백종원을 전면에 내세운 도시락 라인업으로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의 도시락도 상품 다양화로 올 8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5.7% 뛴 매출을 나타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최근 편의점 도시락 메인 반찬은 갈치와 꽁치, 고등어, 장어 등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로도 확산하고 있다.

CU는 ‘바다 원재료 도시락’ 콘셉트의 ‘바다향가득’ 도시락을 출시했으며, 세븐일레븐은 프리미엄 도시락의 일환으로 ‘민물장어&훈제오리도시락’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 도시락 주 소비자층 증가로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 도시락은 1인 가구가 주로 먹는 메뉴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모든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 끼 식사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며 “최근 편의점마다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차별점을 제시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늘어난 소비자를 선점하기 위해 위생과 음식 맛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따금 편의점 도시락에 나트륨이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맛있게 조리되는 음식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는 메뉴 다양화와 까다로운 제조 공정으로 메인 반찬의 맛과 품질은 확보하면서도 밥맛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리된 밥이 상하지 않도록 차갑게 식혀 편의점으로 배송되고, 소비자가 이를 다시 데워 먹는 유통·판매 구조 때문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선 차갑게 식힌다는 의미로 ‘냉을 태운다’고 하는데 밥 역시 냉을 태워야 하는 메뉴 중 하나”라면서 “쌀도 매우 뛰어난 품종을 쓰지만 유통 과정에서 밥이 상하지 않게 하려는 조치 때문에 갓 지은 밥처럼 맛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도시락이 하루에 열 번씩 배송돼 굳이 냉을 태울 필요가 없어 도시락 밥이 맛있다는 평이 많다”면서 “결국 편의점 도시락의 밥맛을 구현하기 위해선 하루에 두 번 배송되는 유통상의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