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일 에델만 갈등관리연구소 대표 출간
협상이라는 단어는 이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해졌다. 직장인에게 중요한 임금협상부터 뉴스를 도배하는 여야협상, 무역협상까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듣게 되곤 한다.
듣기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가운데 우리는 늘 협상과 마주하고 있다. 우는 아이를 그치게 하기 위해 쥐어주는 과자 역시 협상의 일종인 것이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부 전문가, 법률가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다. 때로는 협상을 하겠다고 먼저 나서면 수세적인 태도라며 협상 자체를 폄하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개개인의 협상 역량에 소홀할 뿐 아니라 학교와 사회의 지원도 취약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올해 처음으로 주한미군 주둔비를 1조 원으로 높이더니 내년부터는 아예 6배인 6조 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도 있다. 앞서 5년마다 약 3~5%씩 올렸던 비용을 불과 1년 만에 상상 이상으로 요구하는 셈이다. 보수,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적잖게 놀랐고, 일각에선 아예 주한미군철수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트럼프가 흔히 쓰는 협상 방법이라는 점을 깨닫고, 오히려 그가 구사하는 방법으로 적절히 대처한다면 해법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트럼프의 약점을 활용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협상을 예술이나 놀이로 생각하기에 그에게 ‘안보’ ‘혈맹’ 이런 논리는 금물이다. 한발 더 나가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hot temper)대로 미군철수론을 성급하게 언급한다면 가장 마지막에 쓸 비장의 카드를 가장 하찮게 던져놓는 셈이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당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북한에 특사단으로 파견될 때 ‘간절함을 안고 간다’고 모든 언론과 방송에 보도됐다. 그 내용은 주요국 한국 주재원들에 의해 모니터링 되어 본국에 보고됐을 것이다.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이다. 간절하게 매매를 원한다고 드러내는 것은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패를 내보이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부르는 값을 다 주고 사면서도 생색 한번 내지 못한 채 감사하다고 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날까? 특정 개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잘못 때문은 아니다. 일본보다 인구수는 2배 적으면서 연간 소송 건수는 6배가 넘는다는 2017년도 대한민국 변호사협회의 통계치를 보면 답이 보인다. 욱하는 성미에, 타인을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작은 땅 안에서 세계인은 관심 없는 이슈에 협상 보다 싸움에 끝을 보는데 익숙한 기성세대의 탓이 크다. 다만, 현 기성세대 역시 재판보다 비용과 시간이 덜 들고, 이후에 관계회복도 빠른 협상 커뮤니케이션을 접하고 살아온 세대는 아니라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다.
'협상5'는 우리 사회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협상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온 국민에게 익숙한 ‘북핵 협상’을 소재로 설명한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에델만의 갈등관리연구소(ECCL) 권신일 대표는 '협상5'를 통해 하버드 로스쿨 협상연구소(PON)에서 배우고, 커뮤니케이션 업무 현장에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선정한 준비, 기준(근거), 노딜, 라포, 대안 5가지를 주제로 삼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그리고 국민 개개인들에게 선진국이 되는 데 필수적이면서도 부족한 대체적 분쟁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중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협상(Negotiation)’ 역량을 키우게 될 것이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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