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정치,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문화예술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탓에 문화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문화시장도 대부분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다보니 지방의 문화예술 활동은 상대적으로 심각한 침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문화의 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어 잠자거나 소멸된 지방문화를 되살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를 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그 기반은 문화적 다양성에서 출발하고 있어서다.
문화적 다양성은 지방문화가 활발하게 살아 움직일 때 확보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가 전승된 지방은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의 뿌리다.
소멸되거나 침체된 지방문화를 살려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문화 진흥은 지방의 문화적 격차 해소뿐만 아니라 지역 활성화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역동적이고도 활발한 지역의 문화 활동은 방문자 확대로 숙박, 음식, 기념품 구입 등 관광에 의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지역문화 활성화는 지역주민에게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와 방문객과 교류 기회를 제공해, 살고 있는 지역에 긍지심과 자신감을 주는 사회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비대칭적 관계 해소를 위해 지역문화 진흥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는 지난 2014년 1월28일자로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공포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 수립을 명시하고 있지만, 재원 조달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몫으로 돼있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역문화 활성화에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역할은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여건 조성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에 의해 지방에 자리한 공기업이 지역사회와 상생협력을 위한 사업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지방의 문화예술 활성화와 발전에 기여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지명도가 높아 대중에게 잘 알려진 문화예술분야에 치중되고 있다. 기업 메세나 활동이 지명도와 인기가 높은 공연에 치중되는 것은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 개선 효과를 가져 오겠지만, 실질적인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 메세나 활동은 지역주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 제공 못지않게 지방의 문화생산기반 구축에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확대는 문화 활동에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해 장기적으로 기업은 지역사회의 수용성 확보에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적 여건이 열악해 작품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지방의 문화예술인들이 지역문화 활성화의 주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기업의 지원이 요구된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발한 활동은 지역주민을 단순한 문화 소비자보다 생산자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반구축의 계기가 된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은 문화생산 기반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기업과 지역 브랜드 가치의 동반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시기를 앞두고 지방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에서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