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계속 될 것 만 같았던 여름 무더위도 9월에 들어서자 가을비로 밀려 났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함께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목전에 다가왔다. 추석은 가족과 친지, 고향의 오랜 벗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결실의 계절, 즐거운 만남의 장이다.
추석(秋夕)은 음력 팔월 보름을 일컫는 말로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연중 으뜸 명절로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추석을 한자어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추석의 유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 문헌에는 12세기의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추석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신라 제3대 유리왕(儒理王) 9년(서기 32년)에 왕이 6부를 정하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해금 각각 부내(部內)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해 두 패로 가른 뒤, 편을 짜서 7월16일부터 날마다 6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하고 8월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 가지고 지는 편은 술과 밥을 장만해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에 온갖 유희가 일어나니 이것을 이를 가배(嘉俳)라 한다고 했고, 또 이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기를 ‘회소회소(會蘇會蘇)’라 해 그 음조가 슬프고 아름다웠으므로 뒷날 사람이 그 소리로 인해 노래를 지어 이름을 회소곡(會蘇曲)이라 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추석이면 가족끼리, 동네사람들끼리 다양한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여성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원무를 추는 강강술래도 있고, 줄다리기, 기마싸움, 소놀이, 닭싸움 등 축제 한마당이 펼쳤다.
또 먹을거리도 다양해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우선 가장 먼저 나오는 햅쌀로 빚은 송편으로 색에 따라 흰송편, 쑥송편, 송기송편으로 구분하고 소의 종류도 팥고물, 밤, 풋콩, 대추, 깨고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토란탕·화양적, 닭찜, 배숙·율단자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 수두룩하다. 이처럼 추석은 마음부터가 넉넉해진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는가 보다.
그런데 올해 추석은 우울한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여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는 경제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제대로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다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다.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주부들의 마음이 무겁다. 더불어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관문을 뚫어야 하는 청년층의 어깨도 처져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그 수치가 69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나 하락했다. 전 산업 업황 BSI가 7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달 이후 6개월 만이다. BSI란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치인 100 미만이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추석을 맞아 고향이 그리워도 찾아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먼 이국에서 오직 모국어 하나만을 잊지 않은 채 희미해져 가는 고향 추억을 더듬고 있는 해외동포들의 추석맞이는 긴 한숨 소리뿐일 것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고향을 멀리 떠나 있을수록 또 그 세월이 길어져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정비례하게 짙어져 가고 그 진한 향수는 삶과 늘 함께한다는 생각이 든다.
추석을 맞아 세상사 힘들수록 고통과 갈등을 녹이고, 건강과 행운을 부르는 웃음으로 행복한 추석을 만들어 보자. 아침 해살이 들판의 안개를 걷어내 듯이 이번 추석에는 모든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고 보름달 같은 환한 희망을 우리 다함께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