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2.9% 오른 것으로 최근 8년 사이에 가장 적은 인상폭을 기록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에 실패했다며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15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민주노총 추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주도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공익위원들도 모두 사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여건을 살펴봤을 때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아직은 빠른 감이 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했던가. 급속도로 임금 인상을 하다보면 여러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직도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과 관련해 진통이 일고 있다. 이러한 후유증이 곳곳에 남아있는 가운데 올해마저도 큰 폭의 인상이 단행됐다면 악영향이 더욱 심화됐을 것이다. 당시 많은 점주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을 선택했다. 편의점은 높은 시급을 감당할 길이 없어 눈물을 삼켰고, 카페나 식당들은 홀로 영업을 하다가 지쳐 폐업 수순을 밟았다는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상 최악이라는 단어가 입에 맴돌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일본이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경제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위기감은 지속되는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 달성에만 집중했더라면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경제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최저임금 인상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뒤탈이 없다. 이번 최저임금 협의는 사실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자아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8000원으로 4.2% 삭감을 주장해왔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8590원의 사용자안과 8880원의 근로자안이 나왔으며 이를 표결에 부친 결과 사용자인 8590원이 최종 결정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경영계 쪽에서도 동결 무산에 아쉬움을 표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이런 표결에 있어 양측이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생계와 관련된 부분은 더욱 치열하기 마련이다.
한발쯤 뒤로 물러나 반대의 입장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됐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지난 2년간 두 자릿수의 인상폭을 경험해봤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멀리 보며 천천히 나아가자. 지금은 모두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해야 할 때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