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을 두고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의 갈등이 또다시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우리공화당이 자진 철거한 이후 설전이 오가다가 지난 6일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재설치 했기 때문이다.
우리공화당은 천막 철수 당시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떠나는 시점에 맞춰 광장 곳곳에 대형화분 130여개를 설치했다. 이 화분은 개당 110만원으로 2억여원이 투입됐다.
대형화분 설치는 시민이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화당 천막을 막기 위해 화분을 놓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본 서울시 공무원이 회의석상에서 공론화했다. 공론화된 그 자리에서 의견이 수렴되면서 화분 설치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마침 서울시는 ‘2022-3000 아낌없이 주는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이번 화분 설치는 이 프로젝트와도 연결 지을 수 있어 고심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가 늘 고민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효과도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던가. 화분이 설치된 후 촘촘히 박힌 화분 사이로 우리공화당의 천막이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우리공화당의 천막은 다시 광화문 광장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4개동을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다. 5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태극기 부대’가 3.1운동 100주년 기념탑과 세종대왕 동상 인근을 지키던 경찰을 가로막은 사이 우리공화당이 적힌 조끼를 입은 인력들이 순식간에 접이식 천막을 펼쳐 세우면서 순식간에 천막을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서울시는 7일 오후 6시까지 자진철거를 통보했지만 우리공화당 측은 철거를 거부한 채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천막을 지키고 있다.
이쯤에서 고민해 볼 문제가 있다. 세월호 천막은 되고 우리공화당 천막은 안 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중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이 가진 진짜 순기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때 촛불이 점거했으니 이제 태극기가 점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측이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광장은 시민을 위한 휴게공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이 소통하고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광장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물들고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집단이 가진 특정 색깔을 제외한 채 순수한 의미의 광장으로 사용돼야 한다. 광화문 광장의 주인은 바로 시민이기 때문이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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