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은 건강의 시작입니다.’
매일 아침 라디오에서 물에 관한 캠페인을 통해 듣는 말이다.
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물은 뇌, 내장, 근육 등 우리 몸의 각종기관과 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신진대사의 용매 역할을 한다. 이에 건강을 위해 성인기준 하루 1.5L에서 2L를 섭취해야 한다.
마시는 물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가운데 물의 중요성은 두드러진다. 몸을 씻고,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는 모든 과정에서 물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그런 물이 병들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이야기다. 정부는 원인을 파악하는데 20일이 걸렸다. 주민들이 한 달 가까이 고통 받고 있는데 인천시는 대수롭지 않게 대응해왔다. 사태가 일어난 지 3주가 지나서야 인천시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돼서야 환경부는 역방향의 무리한 수계전환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조사결과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관 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침전물과 함께 공급돼 발생했다는 것이다.
‘붉은 수돗물’이 공급되는 인천 서구는 현재 아수라장이다. 식당들은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자 어쩔 수 없이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매출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서구 주민들은 불안감에 김포나 계양 등 인근지역으로 원정외식을 나서고 있다.
피해를 입는 것은 식당뿐만 아니다.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식단도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아이들은 국 대신 과일주스를 먹고 있으며, 생존수영 수업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시는 사태 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생수 및 병원비 실비를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터무니없다는 게 현실 반응이다. 한 주부는 커뮤니티 카페를 통해 “지금까지 사다 쓴 생수만 해도 120병이 넘는데 주민센터를 통해 지원 받은 생수는 고작 12병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적수사태 초반에만 하더라도 이렇게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극히 일부지역에서 잠깐 피해를 입는 것이 전부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20일이 넘게 지난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명백한 인재가 불러온 대참사다. 요즘 시대에 수돗물을 써서 피부병에 걸리고 식사를 할 수 없어 원정외식을 다니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자니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은 확실히 깨닫게 된다. 낡은 상수도관이 어디 인천뿐이겠는가. 전국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초동 대처 미흡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보상대책과 관련된 ‘탁상행정’ 지적 역시 깊게 고민해야 한다. 내 늙은 부모가, 내 어린 자녀가 이같은 피해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빠르고 명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신아일보]